삼성그룹 '금산법 폭풍' 어떻게 넘나?

산업1 / 토요경제 / 2007-01-02 00:00:00

금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그 동안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형태를 취해 왔던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지난 2년여간 금산법 개정과 관련해 맘 고생을 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금산법 개정 목적이 '삼성의 순환출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또한 에버랜드 CB편법 인수 문제까지 터져 부정적 사회여론의 부담까지 안고 있는 가운데 금산법 개정 과정에서는 '삼성봐주기', '삼성 때리기' 등 시각이 엇갈렸다.

한편 금산법 24조는 동일계열 금융기관을 이용한 기업결합을 제한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는 경우 금감위의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이다.

그러나 '1년 이하 1천만원 이하' 라는 가벼운 벌칙만이 명시된 2000년도의 처벌조항이 미비해 실효성이 의문시 되면서 개정안이 발의됐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위반 기업에 대해 금감위의 시정조치 권한과 주식처분 명령이행 강제금 부과 등을 규정한 24조 2, 24조 3의 신설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1997년 3월 전후 관계없이 현재 위법 상태인 기업에 대해서도 금감위의 시정명령을 적용하되, 초과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5년 이내’를 전제한 ‘박영선안’을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발의 당시 일었던 소급 입법 논란에 대해서도 박영선 우리당 의원은 “‘취득’이 아닌 ‘소유’제한에 소급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그렇게 보면 삼성 봐주기용 '반쪽짜리 개정안'인 재경부안의 의결권 제한도 재산권을 침해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유독 이 발의안에서 물고 늘어지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 부족”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박영선 의원 개정안은 ‘의결권 제한’으로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분 명령’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결국 정부여당의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분리 대응안’의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채택된 새 법안의 이행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초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처분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라 금산법 24조가 신설된 1997년 3월 이후인 1998년 12월말 중앙일보 계열을 분리하는 과정과 이후 증자 참여 등으로 삼성카드가 보유하게 된 에버랜드 지분 25.64% 가운데 금산법상 '5%룰' 초과분인 20.64%는 즉시 의결권이 제한되고, 이를 5년내에 매각하는 등 자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감위원장은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1997년 3월 이전 취득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6% 중 5% 초과분인 2.26%는 2년 유예 후 의결권이 제한된다. 2년후에는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을 규정하는 공정거래법 11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경영권을 보호하면서 순환 출자를 해소하는 것이 쟁점이라고 보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 순환 출자형 삼성의 지배구조는 개선될지 모르나, 문제는 외국인 지분이 49.06%인 삼성전자는 적대적 M&A(인수·합병) 가능성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삼성측 지분율이 94.48%에 달하는 그룹 지주 회사격인 에버랜드의 경우 문제가 되는 지분 약 21%를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는 사실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전환사채(CB)를 배정받아 보유하고 있는 주식 25.1%를 포함, 직계가족 지분도 45.54% 수준이며 우호지분이 64.6%나 돼 경영권은 안정된 상태다. 그러나 에버랜드는 비상장회사로서 5년 내 초과 지분 처리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문제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주식 가운데 지난 9월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7.26%) 삼성물산(4.02%) 삼성화재(1.26%) 등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1.86%)과 가족(1.31%) 등 삼성전자의 우호 지분은 모두 합쳐 16.09%(보통주 기준, 자사주 포함시 28.8%)다. 개정안 시행으로 14% 이하로 더욱 낮아지게 돼 경영권 방어에는 1%도 아쉬운 상황에서 2.26%의 의결권은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발의했던 박영선 우리당 의원은 "지난 7년간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구 노력이 전혀 없었다"며 “무엇보다 이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최근 모 방송사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은 "적대적 M&A 위험이 있을 경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11조 규정 적용 부칙 조항이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사실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순환출자 고리 약화는 불가피해 내부적 구조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적대적 M&A 가능성은 부각되지 않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 49% 가운데 5%이상 지분을 확보한 외국인 주주는 시티뱅크(9.38%)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투자펀드로 이들이 일시에 경영권을 노려 제2의 SK-소버린이나 KT&G-칼 아이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다분히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재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60만원이 넘는 점을 감안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2년 후 의결권 제한(15% 이내에서만 의결권 행사 가능)으로 심각한 경영권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모 일간지에서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50%에 달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점 주주가 많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2~3곳의 과점주주들이 일시에 연대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이 상무는 "공개적으로 적대적 M&A를 선언하고 지분을 매집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지배구조 개선 등의 명분으로 지분을 매집하기 때문에 예외 조항의 적용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이를 놓고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 방어 전략을 타진하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연간 수조원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투자해 자체적으로 적대적 M&A 방어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자 지분 1%를 늘리는데 1조원이 필요하지만, 삼성전자는 2004년 3조7919억원에 이어 2006년 1조8582억원을 투입하는 등 매년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재원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이며, 보유 중인 12.8%에 추가적으로 얼마나 매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측은 이 밖에도 계열사를 통한 삼성생명 지분 승계 가능성 등을 짚고 있고, 전략적 파트너와 지분 맞교환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기업과 상호 '백기사' 역할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공법'이라고 볼 수 있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사재를 털어 전자주를 사들이는 등 자구 방안에 대해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모 일간지에서 “원론적인 얘기”라며 “시가총액 100조원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현금배당을 대폭 확대하는 등 이 회장 일가의 투자재원을 지원해주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여론을 고려할 때 이것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전경련측은 지난해 이상경 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Exxon-Florio)'과 같은 외국 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거나, 상법의 경영권 방어 장치 추가 등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경영권 방어 문제와 관련해,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은 "결국 경영을 잘해서 주주들의 신임을 얻는 방법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향후 삼성전자 지분을 4% 보유한 비금융회사로서 삼성물산의 계열사에 대한 보유주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개정안 통과 후인 26일 장외주요종목은 강보합세를 보여 삼성생명(56만7500원)과 삼성카드(5만250원)는 보합으로 마감됐고, 삼성물산 주가는 전일대비 1.66%(500원) 증가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순환 출자 해소시, 대략 삼성생명, 삼성전자, 그리고 비금융 비전자 계열사에서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배 구조가 정리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번 개정안과 관련, 심상정 민노당 의원은 “박영선 우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도 여야 타협 속에 정부여당의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분리대응론'으로 일보 후퇴하더니 삼성생명 의결권 제한마저 2년간 유예시키고, 금산법 부칙에 공정거래법까지 끌어들이며 결국 '삼성 봐주기'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 아니냐”며 “'삼성맞춤형 개정안'에 대응, 조만간 재개정안을 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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