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以勝爲功 병이승위공
군대는 승리를 자랑으로 삼는다. (<史記> 송미자세가)
전투에서 인의를 고집하는 송양공에게 대부 자어가 인의보다 승리가 중요하다며

송 양공 8년에 제나라 환공이 죽었다. 중원의 패자가 사라진 것이다. 양공은 이제 인의의 덕으로 천하를 움직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4년 뒤 양공이 스스로 나서서 제후들의 회맹을 소집하려고 하였다. 회맹이란 제후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열거나 화합을 다짐하는 행사로, 모름지기 회맹을 주재하는 맹주란 열방의 제후들을 이끌고 그들 가운데 구심이 될 만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제나라 환공이 재위기간동안 아홉 차례나 회맹을 주재하고 맹주가 된 것은 제나라가 그만큼 강성했기 때문이다. 과연 송 양공에게 그만한 역량이 있을까. 목이가 만류했다. “작은 나라가 다투어 회맹을 주재하겠다고 하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공은 듣지 않았다. 먼저 강대국인 초나라에 협조를 구하는 기별을 보내 날짜를 잡았다. 양공으로서는 초나라의 양해를 구한 것이었지만 초나라 성왕의 생각은 달랐다. 송 양공의 초청에 응하겠다고 답을 보낸 뒤 초나라 성왕은 분노를 누르며 “나에게 감히 오라가라하다니, 내 먼저 습격하여 모욕을 주고말겠다”하고 별렀던 것이다. 제후들이 송나라 땅인 우(盂)에서 회맹을 갖기 위해 모여들 때 목이가 걱정하여 말했다. “장차 화가 있을 것이다. 군주의 욕망이 지나치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다. 회맹 장소로 진군해온 초나라 군대가 아무 대비도 없던 송 양공을 기습하여 사로잡고 송나라를 유린한 것이다. 겨울에 다른 제후들이 다시 모여 중재에 나서자 초 성왕은 양공을 돌려보냈다.
이듬해에 송나라는 정나라를 공격하였다. 정나라가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자 초 성왕이 손수 군대를 이끌고 송나라를 치러 나섰다. 송나라 대부 자어가 한탄하며 말했다. “양공의 화(禍)가 끝나지 않았으니 이제 여기에 미쳤도다.”
양공이 초나라와 맞서 싸우려하자 자어가 만류했다. “하늘이 상 왕조를 포기한지가 이미 오래 되었으니 절대로 아니 됩니다.” 상(商) 왕조란 바로 송나라를 가리킨다. 송나라는 주나라에 의해 멸망한 은나라 왕족의 후예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던가. 정나라를 위하여 초나라가 나섰으니 맞서 싸우지 않으려면 항복해야 한다. 그런데 송 양공은 맞서 싸우기를 결심했다.
11월. 초 성왕의 군대가 송나라 국경에 있는 홍수(泓水)라는 강을 건너오고 있었다. 양공은 강변이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었다. 곁에 있던 재상 목이가 말했다. “초나라는 병사가 많고 우리는 적습니다. 그들이 지금 강을 건너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먼저 공격해야만 승산이 있습니다.” 그러나 양공은 듣지 않았다. 초군이 강을 다 건너왔을 때 목이가 다시 말했다. “지금 초군은 강을 다 건너왔으나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공격하면 늦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공은 또 듣지 않았다. 초군이 전투태세를 갖춘 뒤에야 양공은 공격 명령을 내렸다. 결과는 뻔했다. 전쟁에 이긴 경험이 많고 숫자까지 많은 초나라 군대는 송나라 군대를 단박에 깨뜨렸다. 혼전 중에 양공은 다리에 상처까지 입고 항복했다. 송나라 백성들이 군주인 양공을 원망했다.
양공은 그 다음해, 이 전쟁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병이 나서 죽었다. 아들 왕신이 즉위하여 송 성공이 되었다. 이후로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송나라 양공이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자비와 인의를 앞세우다가 파멸한 것을 비꼬는 말이다.
이야기 PLUS
강을 건너는 초나라 군을 공격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송 양공은 말했다. “군자는 다른 사람이 어려울 때 그를 곤궁에 빠트리지 않고, 적군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공격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자 자어가 말했다. “전쟁을 하면 승리를 얻는 것이 목적인데, 어찌 현실과 동떨어진 공담(空談)만 늘어놓으십니까. 주군의 말씀대로라면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이 낫지, 무엇 때문에 굳이 전쟁을 치른단 말입니까.”
그렇다. 적군의 편의를 봐주다가 망해도 좋다 할 정도로 인의를 중시하는 군주라면, 애당초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전쟁 자체를 벌이지 말아야 했다. 다른 제후들을 지휘하는 맹주가 되려고 오만을 부리지도 않는 게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양공은 남보다 위에 서려고 전쟁을 벌이면서 정작 적과 마주쳐서는 한가로이 인의를 따지다가 패하고 결국 목숨까지 잃었으니, 누구를 원망할 처지도 아닌 것 같다.
다만 춘추시대까지만 해도 제후국들 사이에 공유되는 전쟁에서의 예의 몇 가지가 불문율로 지켜지던 때였다. 이를테면 상대국가가 중요한 상(喪)을 당하거나 재난이 발생하면 공격을 멈추었고, 전쟁할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시작하고, 정면을 공격하되 뒤를 기습하지 않고, 나이 많은 적군은 포로로 잡아가지 않고, 부상당한 적군을 다시 찌르지 않는다는 등 다소 낭만적인 예법이다. 송 양공의 주장이 전혀 엉뚱했던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열국 사이의 전쟁에서 이러한 인의가 사라진 것은 이 전투 때로부터였다고 개탄했다.
“군자는 적군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공격하지 않는 법이오.”
양공의 말에 자어가 말했다.
“그러려면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이 낫지, 굳이 전쟁을 치를 필요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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