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최정우 편집국장] 얼마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허위’로 밝혀졌다. 국민청원으로 올라왔던 허위 글의 제목은 “저희 25개월 된 딸이 초등학생 5학년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청원내용을 간추려 보면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교류해왔던 초등학교 5학년생 남자아이가 청원인의 집에 놀러와 하룻밤을 묵으면서 청원인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것. 딸이 초등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흔적은, 이튿날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려는 과정에서 찾은 모양이다. “중요부위가 부어있었다”는 것. 청원인은 “오빠가 ‘때찌’했다”는 딸의 말에 “이 학생과 부모를 처벌해 달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이 같은 청원 글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그 결과 53만3천8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그만큼 관심이 높았단 반증이다.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남편없이 아이를 혼자 키웠다”는 등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 쉽게 동요할 수 있는 문구까지 동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답변에 나선 청와대. “어린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에 공감하고 피해자에게 힘을 보태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이 모였던 청원이었지만 경찰 수사결과 허위임이 확인됐다. 또 가해 초등학교 5학년생도 실존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가짜’청원이었다. 가짜 청원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경기 군포시 개 농장에서 반려견 도살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재발을 막아달라는 청원에 이어 지난 2018년 4월 성적학대를 받고 있는 아동을 구제하고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 역시 허위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의제를 만들어 가는 ‘국민소통의 장’이다. 국민들 누구나 청원이 가능하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국민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청원범위는 일반민원부터 정책제안까지 다양하다. 개인의 억울하고 답답한 일도 청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수단이 아닐 수 없다.
민의(民意)를 들어주는 하의상달(下意上達)형 커뮤니케이션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의상달형 커뮤니케이션은 상의하달(上意下達)형 커뮤니케이션과 배치되는 개념으로, 쉽게 말하자면 의제 등을 아래에서 위로 올릴 수 있는 의사소통방식이다. 위에서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상의하달형에 비하면 최고의 소통방식이라 할 만하다.
하의상달형 커뮤니케이션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신문고(申聞鼓), 격쟁(擊錚), 상언(上言) 등이다. 신문고는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직접 해결해 주기위해 대궐 밖 문루(門樓)에 설치해 놓은 북이다. 1401년 조선 태종 1년에 등장했다. 억울한 사연을 가진 민원인이 북을 치면 임금이 내용을 듣고 처리해 주는 방식이다. 임금이 나서 처리했단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문고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서울 관리들에게만 사용된데다 일반 상인(常人), 노비, 지방 관민 등은 사용빈도가 거의 없어 폐지됐다.
이후 등장한 것이 격쟁과 상언이다. 격쟁은 명쟁(鳴錚), 명금(鳴金)이라고도 불렸다. 일반백성이 궁으로 들어가거나 임금 외부행차시 징, 꽹과리, 북 등을 쳐 이목을 집중시킨 뒤 임금에게 직접 억울한 내용을 호소하는 방식이다. 상언은 글을 올려 자신의 민원을 올리는 형태이다. 격쟁은 글을 모르는 일반백성들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언은 임금 행차시 상언을 수리하는 관리가 길가에서 민원을 접수해 왕에게 올렸다.
조선시대 신문고, 격쟁, 상언 등은 일반국민들이 임금에게 억울한 얘기를 들려주고 이를 해결해 주는 기능을 했다. 그러나 격쟁 등의 내용이 갈수록 난잡해지고 무질서해졌다. 격쟁의 경우 무고로 밝혀질 경우 곤장 80대에 처해졌다. 또 취미삼아 함부로 격쟁을 일삼는 자는 전가사변(全家徙邊)에 처해졌다. 전가사변은 죄인과 죄인의 전 가족을 변방으로 이주해 살게 하는 형벌의 일종이다. 허위 격쟁으로 밝혀질 경우 장 100대에 처해졌다는 기록을 보면 당시에도 허위 청원이 있었던 모양이다.
허위 청원은 진실을 숨기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일인전허 만인전실(一人傳虛 萬人傳實)’. 중국 후한(後漢) 은둔 학자 왕부(王符)가 지은 ‘잠부론(潛夫論)’의 현난(賢難)편에 나오는 말이다. ‘한 사람이 허위로 말을 전하면 많은 사람들이 사실처럼 전하게 된다’는 뜻이다. 다르게 해석하면 한마디의 말이 그만큼 중요하단 뜻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호도되고 왜곡된 것으로 판명됐다면 거짓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은 어찌 될까.
국민들을 ‘봉’으로 본 것은 아닐까란 생각까지 드니 철저하게 속았다는 배신감마저 드는 것은 혼자만의 입장일까. 국민들의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하의상달형 청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진실을 가장한 허위청원은 없어져야 한다.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애민(愛民)정신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번 허위 청원사건은 몇날 며칠을 생각해도, 실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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