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아들을 위한 여행, 천리주단기

문화·라이프 / 황지혜 / 2006-07-14 00:00:00
마지막 사랑을 품고 아들에게 돌아가는 아버지,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나게 될 꼬마의 아름다운 동행.

죽음을 앞둔 아들을 위해 먼 길을 떠나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이 돋보이는 영화 ‘천리주단기’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나카(다라쿠라 켄)는 오랜 동안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던 아들 켄이치의 소식을 며느리에게서 전해 듣는다. 아들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 며느리의 설득으로 아들을 향해 힘겹게 한 걸음을내딘 그를 아들은 얼굴도 보지 않겠다며 외면한다. 대신 며느리가 건넨 테이프 하나.

다나카는 비디오를 통해 켄이치가 작년 중국에서 경극을 촬영했고, 당시에 촬영하지 못했던 ‘천리주단기’라는 경극을 올해 다시 촬영하기로 경극배우 리쟈밍과 약속했음을 알게 된다.
이후 아들 켄이치가 간암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비보를 전해들은 다나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아들이 평소 그토록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한 중국전통 경극 ‘천리주단기’의 촬영을 대신 하기로 한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천리주단기’는 삼국지의 관우가 친구를 위해 먼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경극.

영화 초반 죽음을 앞둔 아들의 소원을 위해 촬영에 떠난다는 설정이 이해되지 않지만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담담한 표정으로 오로지 ‘경극 촬영’에 매달리는 ‘아버지’의 표정에 빠져든다.

특히 진심 어린 호소로 촬영 허가를 설득하는 장면은 국적을 뛰어넘은 감동을 전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영화 내내 그의 침묵은 오히려 관객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겉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이 없는 그지만 그만의 방식대로 아들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고 있던 것.

처음에는 아들을 위해 떠난 중국 여행이었지만 친절한 마을 사람들, 통역사, 교도소 소장 등을 통해 차츰 아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핸드폰 통화 제한 구역을 피해 옥상으로 우르르 올라가 회의를 열고, 타지에서 온 다나카를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대연회를 여는 마을 사람들, 영 통역에는 소질이 없지만 끝까지 그를 돕는 가이드 링고 등을 통해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웃음이 선사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하고 소박한 인간미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제 촬영의 마지막 고비에 이르러 다나카 부자의 닮은 꼴처럼 어긋난 부자,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는 리쟈밍과 그의 아들 양양이 그의 앞에 나타나는데...

아들에게 속죄하듯이 그들의 관계에 뛰어든 다나카가 양양을 아버지와 만나게 할 수 있을까?

‘연인’, ‘영웅’과 같은 무협 영화로의 화려한 외출했던 장이모 감독의 신작으로 장이모 특유의 ‘집으로 가는 길’, ‘책상 서랍 속의 동화’ 풍의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가슴 따뜻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영화다.

평소 화려한 중국의 풍경에 질린 관객이라면 진정한 자연을 볼 수 있는 영상은 감독이 주는 덤이다. 그랜드 캐넌을 연상시키는 암벽 절벽, 끝없이 펼쳐지는 고산은 지금까지 만나봤던 중국 자연에 대한 선입견을 깨버린다.

철도원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얼굴이 친숙한 다라쿠라 켄이 다나카 역을 맡았다. 다만 초반 다나타의 여행에 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자칫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영화가 느긋하게 진행된다는 점은 관객이 풀어야 할 과제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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