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수다]정용진 부회장네 도둑, 대도 조세형 ‘데자부?’

문화·라이프 / 한운식 / 2007-06-15 00:00:00

장면 1

대도(對盜) 조세형.
70,80년대 부유층과 권력층의 집을 골라 털어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고, 당시 사회의 부패상에 불만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그가 훔쳤던 '물방울다이아'는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기도 했다.

장면 2

정용진 부회장 도난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이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한다. 범인은 다름 아닌 정부회장 자택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보안업체 직원 김모씨.
그는 훔친 돈으로 BMW 자동차를 사고, 여자 친구에게 방을 얻어 주는 등 흥청망청 탕진했다. 그는 수백만원씩이나 하는 정 부회장의 '명품' 양복과 구두를 훔치기도 했다.

프랑스말로 '데자부'라는 게 있다. 굳이 직역을 하면 '이미 본 적이 있다'라는 말인데, 똑같은 순간을 연상할 때 가장 적합할 것이다.

물론 대도 조세형과 좀도둑에 불과한 김모씨를 한 묶음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 사건에서 대도 조세형을 떠 올리게 되는 것을 무슨 이유 때문일까.

정 부회장 사건을 좀 더 살펴보자.

사건을 맡은 경찰서는 정 부회장이 사는 용산구 한남동의 관할이 아닌 한강 다리 너머 방배서(署)라고 한다. 정 부회장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경찰은 정작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면서 보낸 영장의 범죄 사실에서는 절도 사건의 피해자를 정 부회장 대신 관리인 정씨로 기재했다. 경찰은 "단순한 직원 실수"라고 애써 해명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조세형 사건 때 그가 훔친 값 비싼 물건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지만 서로 자기 물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왜 굳이 다른 동네 경찰서에 사건을 맡기고 피해자로 다른 사람 이름을 올리려 했을까.

혹 경찰 조사에서 피해 물품과 금액이 의도적으로 축소되지는 않았을까하는 궁금증도 제기된다.

사건의 전말은 정 부회장과 김모씨 둘 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좀도둑 김모씨가 갑자기 조세형처럼 대도로 포장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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