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을 바라보는 두 시선

기자수첩 / 최봉석 / 2019-12-20 17:35:39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지난 2017년 9월 코스닥에 상장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모바일이 글로벌 150여 개국에 출시되며 흥행의 중심에 서고, 신작 4종을 선보이며 이른바 단일 IP 한계를 넘어서는 등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가운데, '검은사막'의 아버지인 김대일 이사회 의장 행보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김대일 이사회 의장은 국내 게임 시장이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이른바 '빅3' 위주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양극화 현상을 고착화시키고 있을 때, 위기의 한국 게임산업을 부흥시킬 중견 업체들의 투혼 가운데 최선두에 선 인물이다.


김 의장은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중이던 2000년대 초반, 당시 가마소프트에 입사했다. 그가 21살 때다. 그리고 '캘드론엔진'을 만들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수준 높은 타격감으로 호평을 받았던 명작 온라인 MMORPG '릴 온라인'을 탄생시켰다. 이 게임은 김 의장이 총괄해 제작했다. 이 때 역시 불과 23살이었다. 2003년 NHN으로 이직해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여기에선 '릴온라인' 수준의 액션성 넘치는 게임 'R2'와 'C9'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안정적인 NHN을 박차고 나와 게임사 펄어비스를 설립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연간 14조원 규모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게임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또 다른 산업이라는 사실을 '게임에 미친' 눈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렇게 창업 4년 만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을 탄생시켰고, 창업 8년만에 펄어비스를 시가총액 2조 5000억원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지적재산권(IP) 매출만 지난 4월을 기준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펄어비스를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역, '게임 2세대' 김대일 이사회 의장은 그러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와 달리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어서 '총수'로서 외부와 접촉 활동에 주력하는 기존 게임벤처 1세대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시로 봉착하고 있다.


예전부터 업계의 대표적 '은둔형 경영자'로 평가받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시대의 흐름을 읽어 유저 혹은 대중과의 접촉 등 게임업체 대표들이 하나 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최근 흐름과 달리 김대일 의장은 뛰어난 경영자보단 현장의 개발자로 자리잡고 싶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업계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현역 개발자' 업무에 충실한 데다, 일시적 흥행에 따르지 않고 시장에서 오래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중무장한 김대일 의장의 업무 스타일이 예전은 물론이고 현재도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주변의 관측도 있다.


그런 모습은 지난 달 지스타에 처음으로 출격한 펄어비스의 큰 그림에서도 드러났다. 펄어비스는 당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작 4종을 공개하며 관람객들은 물론이고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게임 행사이고, 참가 자체의 마케팅 효과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이른바 '게임 기업의 격전지'로 꼽히는 지스타에는 지스타에 참가하는 오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지스타를 찾아 신작을 시연한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기자들과 만나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던 것과 달리, 김대일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참석자들은 안타깝다면서도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스타에는 대신 정경인 대표가 등장했으며 정 대표가 직접 '섀도우 아레나', '플랜8', '붉은사막', '도깨비' 신작 4종을 공개했다. 펄어비스는 2015년 사외이사를 맡았던 'LB인베스트먼트 출신' 정경인 씨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정 대표는 투자유치, 운영 등 경영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김대일 이사회 의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선 여러 접근법이 있지만, 끝없이 일하는 개발자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매우 많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펄어비스의 강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개발력에 있다. 검은사막도 김대일 의장을 주축으로 한 개발자들이 외부 상용 엔진 대신 자체 개발 엔진으로 만들었다. 현재 펄어비스 직원 746명 중 개발자만 448명이다.


게임업계 종사자들도 검은사막의 영토가 최근 모바일, 콘솔게임기기까지 확장되는 가장 큰 이유를 두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 엔진 때문으로 이러한 경영과 개발의 철저한 분리를 통한 운영 방식을 대표적 성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업무 분리 네트워크 덕분에 검은사막이 최근 역대급 기록을 줄줄이 쏟아내며 큰 틀에서 한국 게임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대일 이사회 의장은 펄어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공간에 따로 거주하지 않고 개발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중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개발 현업자로 뛰고 있는 김 의장의 긍정적인 면에 일정부분 주목해온 게임 이용자의 경우 "택진이 형 밤새웠어요?" "일찍 일어나 일하고 있어요." "근데 리니지2M 언제 나와요?"와 같은 또 다른 유명 게임사의 친근한 모습도 유저와의 또 다른 '소통'이라며 '은둔의 경영자'라는 딱지를 떼어내고 대중과의 접촉을 자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김대일 의장의 업무 스타일을 놓고 오로지 '열정'이라는 한쪽에 치우친 평가가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김 의장이 앞으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전언에 따르면 그는 여전히 '클라우드 게이밍' 시대에 맞는 자체 엔진을 다시 마련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그가 외부로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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