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수다>필름 영화여, 이제 안녕…

문화·라이프 / 한운식 / 2007-05-25 00:00:00
디지털 영화 시대 개막…필름영화는 추억 속으로

어릴 동네 삼류 극장에서 거금 150원(이 돈은 물론 엄마한테 ‘뽀리’를 쳐서 타 냈다)을 내고 동시 상영 영화 2편을 보던 일은 아주 행복했던 일로 기억된다.

이 극장, 저 극장을 돌고 온 필름이라 화면 곳곳에서 비도 내렸지만, 영사실에서 희뿌연 낡은 필름을 돌리는 영사 기사 아저씨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 서울 변두리 극장에서 ‘시네마 천국’을 보면서 한껏 감상에 젖곤 했다. 어른이 돼 고향으로 돌아온 토토가, 알프레드 아저씨가 마지막 선물로 남긴 낡은 키스 신 필름 조각을 영사기를 통해 돌리는 장면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싱그러운 느낌으로 남아 있다.

필름 영화에 대한 이러한 추억은 앞으로 더욱 아련해 질 법하다. 요사이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가 ‘디지털’ 버전으로도 선보이면서…

디지털 영화를 처음 만든 이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다. 그는 2002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2-클론의 습격’을 제작하면서 이 영화의 일부를 소니에서 제작한 차세대 디지털 HD 카메라인 FDW-900, 일명 24P 카메라를 이용해 찍었다.

루카스는 또 이 영화를 필름 영사기가 아닌 DLP를 이용하여 뉴욕과 LA의 4곳에서 시험적으로 상영함으로써 디지털 영화 시대의 개척자가 됐다.

국내에서 디지털 영화를 본 관객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디지털 상영을 할 수 있는 DLP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는 극장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앞으로 국내에서도 디지털 상영관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당장 유통 비용의 절감을 들 수 있다. 통상 영화 필름 1벌을 본 뜨는데 드는 비용은 300만원 정도인데, 여기에다 운송비까지 붙는다. 하지만 디지털 영화는 모든 프로세스를 100% 디지털화하여 제작된 디지털 소스를 위성 등을 통해 배급하므로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위성 등을 통해 시간차 없이 전 세계 동시 상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등 미 메이저 영화사들은 영화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작비의 절감도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 영화는 HD 등 최신 I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효율적인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기존 필름 영화에 비해 30%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보다는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영화의 등장으로 영화 관객들이 원음에 가까운 수준에다 생동감 넘치는 고화질의 영화 화면을 즐길 수 있게 된 점이다.

쉽게 말하면 필름 영화와 디지털 영화의 차이는 아날로그 TV와 HD TV의 차이인데, 가장 오프라인적인 요소를 고집하는 극장에서도 관객들이 이제 놀라운 기술의 진보를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필름 영화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레코드판의 지지직거리는 잡음 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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