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 ‘20억 로비사단’ 위촉?운영에 전권행사… 활동입증 못하면 해임사유

산업 / 김사선 / 2019-03-25 18:00:52
이철희 의원, KT 경영고문 위촉계약서와 경영고문 운영지침 공개
로비수단?로비대가로 운영한 의혹 짙어…공직자취업제한 심사도 누락
이철희 위원은 KT가 2014년 1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 군인과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 14명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고 각종 로비에 이들을 활용했다는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
이철희 위원은 KT가 2014년 1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 군인과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 14명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고 각종 로비에 이들을 활용했다는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사선 기자]황창규 KT 회장이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채용비리 의혹, 아현지사 비리 의혹 등에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로비를 하디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정·관·군·경 로비사단으로 운용됐던 KT 경영고문의 위촉이 황창규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란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아울러 황 회장의 위임으로 CR부문장(부사장급)이 정치권 출신 인사와 2014년 11월 1일 체결한 실제 위촉계약서도 처음 모습을 드러내 황회장에 대한 사퇴압박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경영고문 명단에 이어, ‘경영고문 위촉계약서’와 ‘경영고문 운영지침’(이하 운영지침)을 공개했다. 4년 넘게 20억이 넘는 막대한 회사 돈으로 운용된 KT 경영고문의 실체를 입증하는 기록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이 의원이 전일 공개한 'KT 경영 고문' 명단에 따르면 KT는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14명의 경영 고문을 위촉해 자문료 명목으로만 1인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지급했다. 자문료 총액은 무려 20억원에 달한다.


'로비사단'에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을 경영고문으로 각각 위촉했다.


KT가 경영고문을 집중적으로 위촉한 시기는 2015년 전후로,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 민감한 현안이 줄지을 때였다.


이들은 KT 퇴직 임원이 맡는 고문과는 다른 외부 인사로 그동안 자문역, 연구위원, 연구조사역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이 의원이 폭로한 KT 내부문건에 따르면 위촉계약서가 작성된 날짜는 2014년 11월 1일이다. 제1조에서 “고문으로서 회사의 업무운영에 관한 자문을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계약서에 해당 고문의 이름은 가려져 있지만, 계약일과 월 자문료로 미루어봤을 때 홍문종 의원 특보출신인 이○○ 고문과의 계약서로 보인다. 비밀유지의무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운영지침은 KT 경영고문의 역할과 처우를 규정하는 내규로 판단된다. “2015년 1월 21일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서 운영지침의 제정이 2014~5년 연말연초에 이뤄졌으며, 이는 그 해 있을 경영고문의 대거 위촉이 잘 짜여진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경영고문에 대한 위촉 권한은 회장에 있다”(제5조), “고문의 최종 위촉여부는 회장이 결정”(제7조)에서 보듯, 운영지침의 핵심은 경영고문 ‘위촉’이 회장의 의사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점이다. 운영지침대로라면 회장은 경영고문으로 누구든지, 별다른 비용과 기간의 제한 없이 위촉할 수 있다.


심지어 “복리후생 기준은 회장이 별도로 정한다”(제14조),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회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17조)와 같이 경영고문 ‘운영’도 회장의 전권인 듯 보인다. 사실상 회장 개인을 위한 자리에 약 20억에 달하는 회사 돈을 써온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고문의 역할을 “경영현안 및 사업추진 전반에 대한 자문이나 회사가 요청하는 과제를 수행”으로 최대한 모호하게 규정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외부기관의 인적관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제12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즉 KT가 처음부터 경영고문을 ‘로비 수단’이자, ‘로비 대가’용 자리로 마련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영고문 중에는 「공직자윤리법」 상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은 퇴직공직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시절 방통위 국장을 지내고 공직유관단체 근무 이력이 있는 차○○의 경우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았다.


운영지침 제8조는 결격사유로 “공직자윤리법에 의하여 관련 사기업체의 취업이 제한되는 자로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또는 취업 승인을 받지 않은자”를 두고 있는데, 자격이 없는 자를 채용한 것이다. 경영고문이 애당초 회사 내규와는 상관없이 회장 임의대로 운영되었고, 운영지침은 채용의 불법성을 가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다.


민간 기업 KT가 내규로 경영고문을 위촉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뚜렷한 활동 내역이나 실적이 없는 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된다. 이는 형사적 처벌 뿐만 아니라 KT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정당한 해임 사유가 된다는 의미다.


이철희 의원은 “황회장이 위촉한 소위 ‘경영고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이 KT의 본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면서, “활동내용이나 실적에 대해 증빙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수십억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KT 감사와 이사회가 제대로 감독을 해왔는지 주주총회에 보고는 있었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방위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이 의원의 의혹 제기에 KT는 해명 자료를 내고 "관련 부서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경영상 도움을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고문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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