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반발 확대에 '울상'

산업 / 문혜원 / 2019-03-22 11:53:49
쌍용차, 재협상 요구 불발시 '계약해지'...대형마트, 수수료 인상 수용 어렵다
카드사 노조 "재벌가맹점 갑질 두고 볼 수 없다"...수수료 하한선 마련 촉구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20일 오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대형가맹점이 최근 우월적 시장지위를 남용해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20일 오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대형가맹점이 최근 우월적 시장지위를 남용해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토요경제=문혜원 기자]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을 추진하던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자동차에 사실상 백기투항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현대·기아차에 이어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인상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유통ㆍ통신 등 대형가맹점들로 수수료 인상 갈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수료율로 갈등을 빚던 현대차와 카드사들의 협상이 타결됐다 싶었더니 이제는 대형마트ㆍ이통사와 카드사 등으로 전선(戰線)이 확대되면서 카드사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카드사-대형가맹점 간 수수료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대형가맹점 요율 협상엔 개입 않겠다"며 방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 갈등은 정부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안’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연매출 5~10억원인 가맹점은 1.5%, 10~30억원인 가맹점은 1.6%로 수수료율을 하향 조정했다. 또 매출액 5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도 현행 2.2% 수준에서 0.2~0.3%p 낮춰 2% 이내가 되도록 유도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가맹점들에게 수수료율을 0.1~0.3%p 인상하겠다고 통보하고 지난 1일부터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카드사들이 보름도 안 돼 현대·기아자동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카드사는 현대기아차에 당초 종전 1.8%대 수수료율을 1.9% 초중반 수준으로 높일 것을 요구했지만, 0.04~0.05%p 올린 1.89% 내외 수준으로 지난 12일 합의를 봤다. 원안의 절반을 맴도는 수준이다.


수수료 인상실패는 다른 업계로 번지기 시작했다. 먼저 다른 자동차회사도 현대ㆍ기아차처럼 수수료를 낮춰달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3위인 쌍용자동차신한·삼성·롯데카드 등 3곳에 현대·기아차와 비슷한 수준 혹은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만약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경고했다.


르노삼성, 한국GM과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와 카드업계의 협상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마저도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상률이 클 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이 지난달 수수료 인상률과 인상 시점만 담긴 공문만 일방적으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GS리테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회원사로 속해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수수료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카드사가 합리적인 수수료 산정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로 수수료율을 인상했다”며 “카드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적격비용 등 수수료 산정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협회는 "대형마트들은 급성장하고 있는 무점포소매업과 경쟁함과 동시에 중소유통과의 상생을 위해 월 2회 의무휴업을 하고 있어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면서 카드사들이 합리적인 근거로써 수수료 협상에 임해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에 대한 근거자료 등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도 카드수수료 인상안에 난색을 표했다. 카드사가 자체 회원 모집을 위해 집행하는 통신요금 할인 마케팅 비용을 통신사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업계는 분수효과를 주창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무리한 시장 개입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몰락을 초래했고 결과적으론 임금과 고용의 감소를 이어지면서 정부가 카드수수료율 개편을 추진하면서 수수료율 분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자리에서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으나, 대형가맹점 등 일반적 카드수수료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다"며 한발 비켜서 있다,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의 갑질'을 꼬집으며 이 상태로 수수료 인상을 추진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대형가맹점이 최근 우월적 시장지위를 남용해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가맹점들이 무이자할부·할인·포인트적립 등 카드사 마케팅 혜택을 누려온 만큼 비용은 당연히 대형가맹점이 지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형가맹점의 무리한 카드수수료 협상을 방관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난 19일 금융위가 발표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법 행위 시 대형가맹점을 형사고발 하겠다'는 경고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협상에 개입할 수 없는데 형사고발은 가능하다는 것이 도대체 성립될 수 있는 논리냐"며 "이러한 금융위의 직무유기와 책임회피 때문에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들의 몽니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은 작년 11월 카드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역진성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재벌가맹점의 몽니로 역진성 해소는 물거품이 될 상황"이라며 "역진성 해소가 안될 경우, 모든 피해를 카드사 노동자와 금융 소비자들이 입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노조는 정부 및 국회가 나서 여전법을 개정해,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시장지위 남용을 방지할 '대형가맹점 갑질방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또 대형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수수료 하한선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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