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건설이 유통업?

산업1 / 토요경제 / 2008-09-01 11:01:56

증권선물거래소의 모호한 업종분류로 인해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증권선물거래소는 '난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으로 일관, 투자자와 업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즉, 기업이 상장한 후 시간이 지나다 보면 상장 시점과 달리 주력업종이 바뀔 수 있는데 이를 제때 수정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
실례로 디지털 카메라와 반도체 장비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삼성테크윈은 전자부품업체로 분류돼야 하지만 정작 전자부품 업종에서는 이 회사를 찾아 볼 수 없다.
의료정밀 업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분류라며 증권선물거래소가 잘 모르거나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테크윈의 경우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광학 부분이 안경으로 인식, 의료정밀로 분류돼 있다”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전자부품 업종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윤흠 대우증권 연구원도 “이 회사의 경우 예전에는 정밀부문의 매출비중이 높았다”며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모듈 반도체 부분의 매출 비중이 70%에 달해 지금은 전기전자 업종으로 보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분석할 때는 IT업종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며 “이밖에도 코스닥의 경우 벤처가 아닌데도 벤처로 분류되는 등 적시성이 떨어져 거래소 분류에 따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정밀 업종에 분류된 종목 5개 중 삼성테크윈은 시가총액이 90% 이상을 차지, 이 회사의 주가 등락에 따라 의료정밀 업종 전체가 출렁이는 등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유통업종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두부, 김치 등 식품제조사인 풀무원과 홈인테리어 가구 업체인 한샘, 관광숙박업을 영위하는 호텔신라까지 유통업으로 분류돼 있으며 패션·의류사업을 주 업종으로 하는 미래와사람도 유통업으로 분류돼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대형건설사인 삼성물산도 유통업으로 분류돼 있다.
하나대투증권 조주형 연구원은 "과거 기준에 있어서 매출비중이 높은 부분으로 분류됐던 것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며 "지난해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매출액이 53%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삼성물산을 유통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업종분류가 잘못돼 있음에도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 96년도에 삼성물산은 유통업으로 시작했고 건설업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있었지만 기업 합병 이후 건설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 입장에서는 업종변경이 강제사항이 아니라서 굳이 변경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증권선물거래소 공시총괄팀 관계자는 "업종분류는 기본적으로 사업보고서의 최근 매출액과 종업원수, 총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분류하고 있다"며 "최근 매출액 규모의 비중이 높다하더라도 필요하지 않다고 거래소가 인정할 경우 업종 유예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가증권시장의 819종목을 20개 업종으로 담아두고 있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
실례를 찾아보면 자동차와 조선사는 운수장비 업종으로 분류돼 있고 항공사와 해운사, 버스, 화물 운송 회사는 운수창고업으로 포함돼 있다.
현재 20개에 한정된 업종에 수백 개의 종목을 쑤셔 넣다 보니 한 업종에 전혀 다른 사업을 하는 업체가 같은 업종으로 분류되는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또 통신업종과 의료정밀 업종처럼 달랑 5개 종목으로 구성된 업종이 있는가 하면 화학업종처럼 100개 종목이 넘는 업종도 있어 시황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업종분류가 정보 왜곡이나 통계의 착시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투자자 중심의 업종분류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경우 투자자 중심의 업종 분류인 세계산업분류표준(GICS)이나 산업분류벤치마크(ICB)를 채택하고 있다.
실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지수(MSCI), 토론토거래소, 호주거래소 등은 GICS를, 다우존스와 나스닥, 런던증권거래소, 유로STOXX 지수 등은 ICB 분류체계를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에서는 거래소의 분류방식으로는 다른 국가와의 비교가 어려운 상황이라 자체적으로는 국제기준을 인용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양태영 증권선물거래소 인덱스팀장은 “해외 상황보다는 우리나라 산업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는 통계청의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해외표준 분류방식으로 개선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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