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반도', 한반도 강타할까?

문화·라이프 / 황지혜 / 2006-07-07 00:00:00
노골적 드러나는 메시지…영화적 재미 반감 국새하나에 동아시아 미래가?…시사회 냉담

선 굵은 남자 배우의 대거 출연과 '충무로 흥행보증 수표'로 통하는 감독의 만남으로 기대를 부풀게 했던 영화 '한반도'가 오는 13일 개봉한다.

한반도는 '실미도'로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강우석 감독이 "이 영화가 망한다면 영화 그만두겠다"고 말할 정도로 배수의 진을 치고 만든 영화라 기대가 크다. 또 안성기, 문성근, 조재현, 차인표로 이어진 국내 간판 남자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이미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한 권의 역사 교과서를 펼쳐놓듯 영화 한반도는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일본의 역사 왜곡, 일본정부의 위안부 문제 책임 회피,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 문제를 영화 곳곳에서 거론한다.

현재와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 남과 북은 통일을 약속하고 그 첫 상징으로 경의선 철도의 완전 개통을 추진한다. 경의선 철도는 단순한 기찻길이 아닌 통일과 한민족의 웅비를 상징한다.

그러나 일본은 1907년 대한제국과의 조약문서를 근거로 경의선에 대한 모든 권한이 일본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이 경의선에 대한 권리를 넘기지 않으면 한반도에 유입된 일본의 모든 기술을 철수하고 약속한 차관 157조 원도 내줄 수 없다고 협박한다.

이에 '고종의 숨겨진 국새가 있다'는 주장으로 사학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아온 최민재(조재현 분) 박사는 일본이 경의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운 조약문서가 가짜 국새로 날인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진짜 국새를 찾아 일본의 억지주장을 뒤엎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한제국의 모든 문서가 강압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힐 수 있다는 것.

그의 확신을 믿게 된 대통령(안성기)은 민재에게 국새를 찾는 임무를 맡기는 동시에 '국새발굴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같은 업무를 진행한다. 최민재는 고종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신 내관 김흥순의 증손자이면서 도굴범으로 살아가는 김유식(강신일)과 함께 국새를 찾는다.

그러나 통일보다는 국가의 안정과 원만한 대일관계에 앞장서 온 총리(문성근)는 이 말썽만 일으키는 '국새' 소동을 막으려 한다.

결국 측근이자 최민재의 후배인 국정원 서기관 이상현(차인표)에게 국새 발굴을 방해하고 국새를 찾으면, 그것을 없앨 것을 지시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최민재 또한 제거해도 좋다고 지시한다.

이처럼 영화는 한반도의 운명을 둘러싼 채 충돌하는 다양한 입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명확한 선악 구도를 축으로 민족주의를 그리며 진행된다.

마치 비슷한 이야기 소재를 다룬 영화 '2009 로스트메모리즈'가 지나친 드라마 삽입으로 재미는 있되, 문제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만회라도 하듯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때문에 안타깝게 영화적 재미는 뒤로한 채 사라져 간다.

때문에 시사회 반응은 냉담하다. 국새 하나에 한 국가, 나아가 동아시아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설득력 떨어지는 설정, 영화 속 캐릭터에서 객석을 빨아들 일만한 매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실망을 안길 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많다.

또 역사에 무관심한 후손들을 지탄하려는 감독의 문제제기와 의도에 밀려 공감대를 얻기에는 부족한 이야기 구조를 띠고 있다. 또 문화센터 교양강좌에서 최민재 박사가 수강생 주부들이 을사늑약 체결일을 모르고, 명성황후를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이미연을 떠올린다는 이유로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등 표현 상 지나친 부분도 많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은 극중 비장미가 드라마와 극적으로 어우러지는 순간에 고종 역의 김상중과 명성황후 역의 강수연이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며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오는 13일 개봉하니 직접 확인하는 게 좋겠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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