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여풍(女風)’새바람 분다는데...‘경단녀여성채용’은 칼바람?

산업 / 문혜원 / 2019-02-13 14:01:18
2014년 은행별 반짝’ 채용확대...정권이 바뀌면 ‘부담’이유로 채용단절
여성단체, “말뿐인 여성복지가 아닌 다양한 업무분야배치 구현해야”
경력단절여성비중은 증가하고 있는데, 여전히 은행권 경단녀여성채용 장벽은 높은 편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경력단절여성비중은 증가하고 있는데, 여전히 은행권 경단녀여성채용 장벽은 높은 편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 작년에 아기를 낳은 주부입니다. 올해 3월, 취업기회에 도전 하려는데 예전부터 은행에서 일할 기회를 꿈꿔왔어요. 텔러도 괜찮고, 단순 업무(출입대금)도 좋을 것 같은데 재취업 가능할까요?(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소재 A씨)


# 은행에서의 경력단절여성채용제도는 이전 때보다 어려운 편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경력단절여성채용지원센터는 많지만 정 직원 되기까지의 장벽은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독금사 금융권 카폐지기에서 B씨의 댓글)


매년 3월이면 ‘봄이 찾아오듯 ’취업시즌’이 다가오면서 경력단절여성들이 재취업 기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수가 2014년 이후 통계 집계 이후 4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력단절여성현황’ 조사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전체 경단녀는 184만7000명으로 전년 183만1000명보다 1만5000명(0.8%) 증가했다.


[자료 = 통계청]
[자료 = 통계청]

경단녀 전체 비중은 느는데, 여전히 재취업 장벽도 높았다. 통계청 수치에 따르면, 지난해 경력단절 후 재취업 성공은 전년보다 50만7000명(19.6%)줄어든 208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이후 23.1% 줄어든 수치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수적인 은행들이 여성 리더 양성·여성 친화적 복지프로그램 강화 등 ‘여풍’(女風) 바람 부는 것과 대조적으로 경력단절여성 채용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경력단절여성채용 비중 지난 2014년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아예 신규채용계획이 없는 은행도 있어 은행의 취업을 희망하는 주부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들 중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경단녀여성채용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지난 2014년에는 최고 1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2014년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 후, 220명을 선발했으며 2015년에는 100명을 더 채용한다는 공고를 공개적으로 열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2014년 190명, 2015년 5월에는 시간제 근로자로 전환해 291명을 뽑았다. 2015년 중에는 상반기 200명, 하반기 27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도 경력단절여성을 중심으로 2015년 150명의 파트타이머를 채용했다.


2017년 시기부터는 주요 은행별로 ‘복직 워킹맘’ 업무적응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 여성직원 연수 및 ‘워라밸’ 복지프로그램을 늘리기도 했다. 또 2018년 무렵에는 은행권 곳곳에 여성 임원 배치도 하기도 해 여성채용단절의 유리천장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경력단절여성 공개채용은 하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필요시 파트타이머를 뽑고 있는 수준이다. KEB하나, 신한은행 등은 경력여성단절 채용 계획은 현재 없다는 입장이다.


2014년~2015년 시기 은행들이 경단녀 채용에 앞장서던 이유는 박근혜 전 정부의 여성일자리정책 기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은행들이 2016년 이후부터 점차 채용 비중을 줄였다. 은행권 경단녀 여성이 일하는 업무로는 대고객 입출금, 신고 업무 등 주로 창구업무 담당자가 대상이다.


이와관련 은행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채용확대는 늘렸지만 은행입장에서는 경단녀여성이 채용시에도 업무적응면에서나 인건비 면에서나 다소 꺼린다는 의견이다.


한 A은행 관계자는 “은행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서 파트타이머로 하기에는 업무가 꽤 전문적이고 정해진 시간외 더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경단녀여성들이 일을 하면서도 서로 눈치를 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또 은행에 근무하는 경단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은행업이 그다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급여가 무엇보다 1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에 심지어 경조사비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허울 좋은 직종’이라는 의견이다.


은행 창구직 파트타이머로 근무하는 C씨는 “육아로 인해 직장을 떠난 후, 1년 후 은행 파트타이머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평가기간이 있고 성공한다 해도 꾸준히 일할 확률은 저조하다”고 말했다.


A·B사례를 반영하듯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를 합한 총 직원수는 여성이 3만878명으로 남성(3만254명)보다 624명 더 많다.


하지만 평균 근속연수는 여성이 12년 5개월로 남성(18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한 근무시간에 비해 월급은 평균 1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통상 근무시간에 따라 일급제와 시간급제로 나눠서 뽑으며, 일급제의 근무시간은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계약 기간은 10개월이며 보수는 월 198만원 수준이다. 하루 근무수당이 6만4000원꼴이다. 퇴직금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경단녀 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청년일자리 정책에 따라 신규채용 확대에 따른 부담, 은행권 디지털금융 시대 전환으로 직원 감소 등이 인력효율화에 방해가 됐다는 의견이다.


또 ‘말 뿐인 여성채용’이 아닌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경단녀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배정을 늘리는 방법을 구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경단녀 여성채용필요성에 대한 인식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한 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여성이 직장을 가지고 결혼, 육아 등의 병행하는 과정을 직장조직문화에서 성립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원수, 근로시간이 아닌 직원개별의 역량이나 특성에 맞는, 디지털금융 부분에서의 전문성이 가능한 부분 등을 고려해 다양한 업무분야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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