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그룹 금융사, 채용 서류폐기에 ‘증거인멸’ 논란...노동부 전면 조사 은행권도 긴장

산업 / 문혜원 / 2018-10-24 17:05:14
업계·노동계, 현행노동법규 두고 이해상충..일각서 “처벌도 솜방망이 불과 지적, 법안 재정비 돼야”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금융권 성차별 채용 의혹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삼성·한화그룹계열사 대형보험사들이 구직자 채용시 채점표·이력서 등의 서류를 모두 폐기해 ‘증거인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점검대상에 포함된 은행권들도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용문서 보관여부 두고 법적인 위반적용조치 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상 채용과정에서 남녀차별금지를 위반해도 벌금이 500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제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7월 고용노동부가 성차별 채용 의심되는 금융사 18곳을 전면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여기서 6곳이 채용문서를 폐기한 것으로 드러나 노동법규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고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금융권 성차별 근로감독 중간 결과’에 따르면, 삼성그룹계열사인 삼성생명보험·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외 한화그룹계열사인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6곳이 구직자 채용시 채점여부 심사관련 문서를 폐기했다.


점검 대상 금융기관 18곳 중 8곳은 서류 조사 결과 문제가 없어서 ‘행정종결’됐고 4곳은 추가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처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나머지 은행권도 조사 진행 중에 과태료를 이미 부과했거나 심사에 들어간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보험사 관계자는 “개인정보법상·채용법상 채용시 이후 문서는 폐기토록 한다는 규정에 따랐다”며 “노동부에서 말하는 노동법에 따라서는 과태료는 이미 부과했다”고 해명했다.


고용노동부 여성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이번에 채용서류를 폐기해 드러난 곳은 보험사이지만 은행권도 일부 포함돼 있다”며 다만 조사 진행 중에 있어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 결과는 빠르면 내달 초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는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한 이유에 대해서는 ‘채용서류 미보존’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동법규에 따르면, 남녀고용평등법 제33조(관계 서류의 보존)에 따라 사업주는 채용 서류를 3년간 보존해야하고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구직자의 채용문서 보관에 관한 조항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19조에 따라 ‘모집과 채용시 문서는 3년간 보관해야 한다. 단, 구직자가 반환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만약 구직자가 반환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폐기토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같은 명시부분에서는 구직자의 이력서·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에 해당한다. 하지만 채점 서류 같은 경우에는 남녀고용특별법 위치에서 판단이 적용돼 위반여부를 결정하게끔 돼 있다.


이처럼 현행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법규 간의 이해상충 문제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30년 된 솜방망이 ‘남녀고용평등법’ 처벌도 문제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국회 등 정부가 나서서 법제도 정비방안 및 처벌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기덕 새날 법무법인 노동법률 변호사는 “고용의 입구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은 노동할 권리와 생존권을 위협함에도 법적 구속력이 미약한 게 현실”이라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관련 형사처벌 방식의 법률 등과 같은 조항도 포함하는 식의 법적으로 새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노동계에서는 ‘고용상 성차별 해소를 위한 법제도 정비방안’을 위한 방안으로 ▲직무중심의 채용과정 보편화 ▲구직서류의 반환을 통한 재활용 ▲구직서류의 전자접수 ▲면접 가이드라인 제작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설훈 의원은 “채용문서 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범행 교사 행위·방조한 사람이 있는 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성차별적인 고용구조를 방지하는 법적 제도 관련해서는 국회에서도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차별 금융사 의혹 점검은 지난4월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에서 채용 성차별 의혹이 불거졌던 시점을 필두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내 여성TF가 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해서 결정을 내렸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따라 금융권 18곳을 점검 대상으로 보고 지난7월에 전면조사에 들어갔다. 금융권 조사 대상 18곳은 과거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 원장이 성차별 고용 실태조사를 했던 금융사 40곳 중에서 성차별 채용이 의심된다고 판단해서 추린 곳들이다.


그 일환으로 금융사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으며 은행권 채용 절차에 있어서는 남녀 차등채용, 임직원·명문대 출신 등에 대한 가산점 부여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국회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한 사업주 또는 경영진의 제재를 강화해 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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