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2-13 12:39:48
<게릴라 가드닝> 출간

한밤중, 버려진 땅에 처음으로 꽃을 심을 때만 해도 리처드 레이놀즈는 자신이 게릴라 가드너의 선봉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공공장소를 무시하고, 흉물스러운 도시 한 구석을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세력과 맞서 싸우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더욱이 자신이 범세계적인 운동의 선두에 서리라고는!


하지만 전 세계에 퍼져 있던 게릴라들이 자신이 경험한 ‘꽃 심기 전투’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그의 블로그(GuerrillaGardening.org)에 마구 쳐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는 곧 ‘조용한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의 블로그는 방방곡곡에서 활동 중인 게릴라 가드너들의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거기서는 황무지를 꽃밭으로 만들 ‘씨앗폭탄’이 제조되고, 바람처럼 빠르고 조용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투 노하우가’ 오고간다.


<게릴라 가드닝>은 왜 사람들이 불법으로 공유지에 꽃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꾸는지, 대중의 삶에 무심한 공공기관 대신 왜 자신들이 직접 도시 안에 ‘숨 쉴 공간’을 만들고 있는지 그 이유와 의미, 목적을 설명한 한 편의 아름다운 보고서이자 에너제틱한 다큐멘터리이다.


생생하고 다채로운 내용으로 가득찬 이 책에는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는 몬트리올의 길모퉁이 꽃밭, 공동 녹지 공간을 위해 힘쓰는 베를린, 지속가능한 음식 생산을 위해 힘쓰는 샌프란시스코, 그린 게릴라가 되기를 촉구하는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가득한 체코의 도시 꽃밭, 그리고 대담함을 겸비한 브라질의 게릴라 가드닝에 이르기까지 경계선 밖에서 농작하는 모든 사람의 전투 기록이 담겨 있다.


게릴라 가드너의 역사를 읽는 동시에 이 운동과 함께 나타난 1970년대 뉴욕 예술가들의 활약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 작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대항하는 사람들, 자연을 배제한 건축과 무분별한 도시계획에 염증을 내는 의식 있는 전문가들, 그리고 자급자족 원칙에 따라 소박한 삶을 가꾸기 원하는 그린 전사들에게 이 책은 힘찬 위로의 씨앗이 될 것이다. 리처드 레이놀즈 저, 여상훈 역, 1만3000원,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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