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때문에 물가 더 오른다

산업 / 이정선 / 2018-06-04 05:44:03

지난주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가 1.5% 올랐다고 발표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0.27% 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석유류 가격이 오르지 않았더라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3%에 불과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었다.

뒤집어서 따지자면, 기름값이 전체 물가를 오르게 만든 ‘기여도’가 18%나 되었던 셈이다. 이는 전체 물가를 0.38% 포인트 오르게 만든 농산물 가격에 이어 2번째로 높은 ‘기여도’였다.

기름값이 물가를 자극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 보통 휘발유 가격이 일주일 사이에 평균 14.9원이나 오른 ℓ당 1605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휘발유값은 1679.1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89.5원이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불안해지고, 이는 국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 기름값이 치솟는 바람에 ‘생산자물가’가 따라서 오르고, 그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압박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많이 뛸수록 국내 물가 압박도 심해지게 된다.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은 먹고살기가 더 빡빡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더라도 서민 부담을 줄여줄 방법은 있다. 알다시피, 기름값에 붙는 엄청난 세금을 좀 깎아주면 가능할 수 있다. 정유업계가 지난달 23일 현재의 평균 휘발유 가격 1572.59원에서 차지하는 ‘유류세’를 따져봤더니 919.91원이나 되었다고 했다는 보도다. 휘발유값 가운데 58.5%가 세금이라는 것이다. 그 비싼 세금을 어느 정도만 낮춰줘도 서민들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듯 보이고 있다. 세금이 올 들어서도 여전히 잘 걷히고 있는데도 그렇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78조8000억 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무려 8조9000억 원이나 늘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 얘기는 “석유 가격 안정을 위해 알뜰 주유소를 활성화하고 가격 정보 공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온 나라가 야단이었을 때 정부가 검토한 것 가운데 하나가 경유가격 인상이었다. ‘유류세’라는 것은 깎아줄 마음이 없는 요지부동 세금이었다.

담뱃값도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박근혜 지우기’를 하면서도 담뱃값만큼은 지워서 ‘원위치’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담뱃세 인하 법안’으로 담뱃값 원위치를 주장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자기들이 여당 시절에 올려놓은 담뱃값을 내리자는 자가당착”이라고 공격하고 있었다. 담배에서 거둬들이는 연간 11조 원에 이르는 세수를 포기할 정부가 아니었다.

물가가 뛰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대충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가 상승→ 지출 억제→ 구매력 감퇴→ 소비 감소→ 내수 더욱 위축→ 기업 매출 부진→투자 위축→ 고용 감소→ 기업 추가 구조조정→ 고용 추가 감소→ 경기회복 발목.”

결과적으로 한쪽으로는 일자리를 늘리는데 ‘올인’을 한다면서 다른 한쪽으로 일자리를 죽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가 집착하고 있는 ‘3% 경제성장’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물가정책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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