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계좌번호 잘못 눌렀네”...착오송금 피해발생 연간 7만여건

산업 / 문혜원 / 2019-04-29 14:20:36
예금보험공사 추진 중인 피해구제법..“국회 개정 지연에 뒷걸음 지적”
일각서, “현행제도 미흡..부권(父權)소송제로 피해구제 가능 주장"제시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 500만원을 모르는 계좌로 잘못 보냈습니다. 바로 은행에 신고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쪽에서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소송을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근 인터넷·모바일뱅킹이 보편화됐어도 계좌번호를 잘못 눌러 착오 송금율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착오송금으로 인한 해결 문제 관련 현행제도가 미흡한 가운데 법적인 장치 또한 국회에 막혀 뒷걸음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착오송금은 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송금금액, 수취금융회사,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를 뜻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대면 거래시 이체송금을 실수로 인해 돈이 잘못 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은행 방문거래의 경우 이체 실수를 했을 때 반환요청이 가능하지만, 비대면 거래일 경우엔 잘못 보낸 돈을 받은 수취인이 거부나 연락 두절이면 돌려받기는 힘들다.


소비자들에 따르면, 만약 이런 경우가 생겼을 때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송금의 절반정도가 30만 원 이하의 소액이 대부분이다 보니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한 소비자 A씨는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눌러 거액의 돈이 타인의 계좌에 입금된 적 있는데, 상대방의 전화번호, 주소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깜깜했다”면서 “은행에 문의하니 소송해야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해 답답했다”고 호소했다.


[자료 = 금융위원회]
[자료 = 금융위원회]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수로 인한 잘못된 송금으로 인한 피해액은 지난 2017년 기준 총 11만7000여건, 2930억원의 착오송금이 발생됐다. 이는 연평균 7만 여건, 금액으로는 1925억여원에 이른 것이다. 이 중 절반 인 3만8000여건, 881억여원은 반환되지 않았다.


이에 현행법상으로는 송금인이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등을 청구해야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법률 검토과정에서 ‘착오송금’ 피해구제와 관련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소액사건심판 등 기존의 민사상 절차에도 불구하고 별도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난제에 부딪혔다.


[자료 = 금융위원회]
[자료 = 금융위원회]

앞서 지난해 금융위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소송 전에 착오송금을 구제해주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다섯 달 넘게 국회에서는 보류중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앞서 25일 ‘착오송금의 법리와 이용자 보호’를 주제로 열린 제23회 은행법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착오송금 피해구제 재원으로 사용되는 재원을 정부와 금융회사 출연금 등으로 부담하는 것의 적절성 문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범죄가 아닌 개인의 잘못으로 발생한 착오 거래에 공적기관이 개입하는 것이 맞는지를 놓고 팽팽한 의견다툼이 일었다.


이와관련 임정하 서울시립대학교 법원전문대학원 교수는 착오송금에 따른 민사적 구제수단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른바 부권소송(Parens Patriae)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권(父權)소송이란 기업의 불공정행위 때문에 피해를 본 소비자를 대신해 국가가 공익적 관점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주(州)정부가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대신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임 교수는 “‘부권소송’을 통해 소송제기 가능성과 소송수행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고 피해자 구제에도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의 5만~1000만원의 착오송금 구제를 통해 연간 착오송금 발생건수의 약 82%, 금액으로는 34%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예보법 개정안은 ▲예보 업무범위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 추가 ▲착오송금구제계정 운영 ▲착오송금 관련 부당이득반환채권 매입·회수 ▲부당이득반환채권 매입·회수 ▲소송절차 진행을 위한 제출 요구 등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지난해 11월 ‘착오송금 구제’도입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위는 연간 착오송금 발생건수 대비 약 82%, 금액 대비 약 34% 구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금기능이 있는 모든 금융회사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반환되지 않고 있는 착오송금 건의 약 82%가 구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정금액 이하의 착오송금에 대해서만 예금보험공사가 피해를 구제해주는 만큼 추가 재정 투입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 이세훈 구조개선정책관은 “사전적인 규제보다는 착오송금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김승원 칼럼] 추석 앞당긴 9.6조…상생에는 빠른 입금이 더 힘이 세다

    [김승원 칼럼] 추석 앞당긴 9.6조…상생에는 빠른 입금이 더 힘이 세다

    명절을 앞둔 중소기업에는 하루가 길다. 직원 급여와 상여금, 원재료 대금과 결제일이 한꺼번에 몰린다. 장부에 매출이 있어도 통장에 현금이 없으면 대표는 은행부터 찾는다. 그런 협력사를 위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추석 전 지급일을 앞당기고 있다. 거창한 상생 구호보다 반가운 것은 빠른 입금이다.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응한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롯데·

    2
    [뷰티트렌드]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웰에이징 R&D 확대

    [뷰티트렌드]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웰에이징 R&D 확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건강수명과 노화 관련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건강기능식품 신소재 개발에 나섰고 아모레퍼시픽은 노화에 따른 모발 강도 저하와 관련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했다.LG생활건강은 지난 17일 한국식품연구원과 건강기능식품 신소재·분석 기술 개발과 식품 분야 연구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1

    3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현대엔지니어링이 조선업 회복세가 이어지는 거제에서 1963가구 대단지 분양에 나선다. 포스코이앤씨는 분당 리모델링 단지의 일반분양 청약에 들어갔고, 중흥토건은 계열사로부터 제공받은 100억원 규모 담보의 만기를 연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10월 경남 거제시 옥포동 1670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를 분양할 예정이다.단지는 지하 7층~지

    4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5
    넥써쓰, 원스토어 96% 쥔다…장현국이 옛 주주 품은 속내

    넥써쓰, 원스토어 96% 쥔다…장현국이 옛 주주 품은 속내

    장현국 넥써쓰 대표가 원스토어 지분은 96% 가까이 끌어모으면서 옛 주주들은 넥써쓰 주주로 다시 품고 있다. 경영권은 단순하게 만들되 원스토어를 함께 키워온 통신·플랫폼·게임 기업과의 이해관계는 끊지 않는 방식이다. 석 달 간격으로 똑같은 지분거래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속내가 읽힌다.18일 관련 공시와 업계에 따르면 넥써쓰는 KT·LG유플러스가 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