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가는 ‘자동차 일자리’

산업 / 이정선 / 2018-05-31 10:35:16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3억8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190억 원을 투자해서 엔진헤드 제조설비 등 증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30일 있었다.

이 공장은 2005년부터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는데, 현재 2700명의 근로자와 500명의 파트타임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앨라배마 주 최대의 제조업 기지라고 한다.

이번 증설로 추가 고용창출은 ‘약 50명’이라고 했다. 아주 ‘약간’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이 “중요한 투자를 결정한 것을 매우 영예롭게 생각한다”고 환영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기아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세웠을 당시, 현지에서는 ‘대환영’이었다. 기아차 공장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좋아하고 있었다. “기아차를 우리 마을에 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푯말까지 세웠을 정도였다.

현지의 어떤 신문은 “기아차 조지아공장 덕분에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내기도 했다. ‘유령마을’로 전락해가던 곳에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고 대학 분교까지 생겼다고 했다. 그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벌써 200만 대를 훨씬 넘었다.

기아차가 멕시코에 공장을 세웠을 때는, 멕시코 정부가 나서서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전용 전력선과 철도를 깔아줬다. 법인세 일부도 깎아줬다. 멕시코는 그렇게 해준 결과 ‘정규직 일자리’ 1만5000개를 얻을 수 있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소식이 보도된 그날,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압박하는 소식이 잇따랐다.

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 민주화 정책을 총괄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에 ‘경제 민주화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다. ② 국세청은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대한 정밀 검증을 벌이기로 했다. ③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기업들과 ‘상생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기술 탈취와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고질적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전인 29일에는 현대차 노조가 2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였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른 파업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몇 해 전, 정몽구 회장을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 ‘조커’로 묘사한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었다. 정 회장의 눈 주위를 검게, 입술과 입 주위는 붉게 덧칠해서 ‘조커’처럼 희화화한 현수막이다. 회장을 ‘악당’으로 그린 것이다.

대기업은 해외 진출 때 혼자서 나가지 않는다. 협력회사와 ‘동반 진출’하고 있다. 기아차가 조지아 공장을 세우던 당시 조지아 공과대학은 기아차와 협력업체 등이 1만1444개의 일자리를 바로 창출하고, 2년 후에는 인근 9개 마을에 2만296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효과가 6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기업이 밖으로 나가면 일자리만 줄어드는 데 그칠 수 없다. 기술과 노하우도 함께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우리를 따라잡으려는 나라로 이전할 경우, ‘남의 나라’ 좋은 일 시켜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흔들리는 경쟁력을 더욱 깎아먹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도 애를 먹을 수 있다. 기업이 빠져나간 만큼 세금이 덜 걷히기 때문이다. 세수가 줄어들면 공무원 많이 뽑아서 일자리를 늘리려는 문재인 정부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껄끄러운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국내에 들어왔던 한국GM군산공장은 문을 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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