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사료'와 '인간 사료'

산업 / 이선주 / 2018-06-01 10:09:56

[토요경제=이선주 기자] 대기업들이 강아지 사료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급 사료'가 많이 나오고 있다.

피부 건강, 관절 강화, 연골 보호, 모질 강화 등의 '기능'을 갖춘 사료다. 이른바 '기능성 사료'다.

소비자들은 이런 '고급 사료'를 찾고 있다. 강아지는 더 이상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다.

설문 조사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펫사료협회가 202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나에게 가장 기쁨을 주는 것'은 가족(42.9%) 다음으로 '반려동물(29.4%)이었다. 비율이 각각 5.5%에 그친 여행이나 취미생활보다도 반려동물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는 강아지를 먹이는 비용이 간단치 않다. 이마트 서울 월계점 몰리스 펫샵에서 팔리는 '사료'를 보면, '몰리스 프로발란스'가 2.6kg에 1만4500원이다. '퓨리나 원'은 2kg짜리가 2만1900원이다. '뉴트리나 건강백서'는 2kg에 2만1600원이다. LG생활건강의 '시리우스 윌'은 어린 강아지 '퍼피용'과 늙은 강아지 '노령견용'이 1kg에 1만8900원, '성견용' 어덜트 상품은 1kg에 1만7900원 등이다.

업계에서는 몸무게 7kg 미만인 강아지를 소형견, 7~15kg를 중형견, 16kg 이상을 대형견으로 분류하고 있다. 강아지의 크기가 다른 만큼 먹이의 '양'도 차이가 있다. 소형견은 한 달에 3kg, 중형견 5.2kg, 대형견 7.5kg 이상을 먹이도록 권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강아지에게 '몰리스 프로발란스' 제품을 먹일 경우 사료값은 ▲소형견 1만6730원 ▲중형견 2만9000원 ▲대형견 4만1826원이 들어가게 된다. '뉴트리나 건강백서' 제품을 먹이면 3만2400~8만1000원이다. LG생활건강 시리우스 윌 제품의 경우는 5만5680~13만9200원의 사료값을 지출해야 한다.

이를 평균하면, 소형견은 한 달 사료값이 3만4415원, 중형견은 5만9653원, 대형견은 8만6037원이나 된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반려동물에게 달랑 '사료'만 먹일 수는 없다. '간식'도 먹일 필요가 있다.

그 간식값 역시 간단치 않다. ▲몰리스 포크칩스껌 100g 5500원 ▲밀크껌 100g 4900원 ▲하드 슬라이스 오리 360g 한 봉지 1만2500원 ▲소프트 슬라이스 치킨 400g 한 봉지는 1만1500원 등이다.

간식은 '이틀에 하나' 정도 주는 게 좋다고 했다. 소형견 20g, 중형견 40g, 대형견 80g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이같이 한 달 동안 간식을 먹이면 소형견 300g, 중형견 600g, 대형견 1.2kg이다.

그 비용은 껌 간식이 소형견 1만5600원, 중형견 3만1200원, 대형견 6만2400원이다. '슬라이스 육류' 간식은 소형견 9519원, 중형견 1만9038원, 대형견 3안8076원이다.

따라서 '사료값+간식비'를 다시 평균하면 ▲소형견 5만9534원 ▲중형견 10만9891원 ▲대형견은 18만6513원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강아지 장난감과 옷값, 병원비 등을 빼고 '먹이'만 따졌을 때 이 정도다. 쌀 1㎏이 6000∼7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반려동물은 '먹이'가 아니라 '식사'를 즐기는 셈이다.

'사료'는 엉뚱하게도 요즘 젊은이들이 먹고 있다. '인간 사료'다.

인간사료는 시간도,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못한 취준생·공시생·자취생 등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식사대용으로 때우는 음식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치 포대에 담긴 동물 사료와 흡사한 포장,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벌크(bulk)형 소비’다. 색깔이나 겉모양으로 보면 영락없는 사료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인간 사료가 강아지 사료보다 훨씬 못하다는 점이다. 삼립 누네띠네 2.5kg 한 박스는 단돈 1만 원, 옛날과자 2kg은 9800원이다. 금풍제과의 건빵 10kg 한 포대는 1만9500원으로 kg당 1950원 꼴이다.

극단적이지만 강아지는 '기능성 사료', 젊은이는 '인간 사료'를 먹는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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