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갑자기 올수도"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1-12-26 13:25:20
<통일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 출간

“통일은 당연하다”는 과거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벌써 60여 년간 분리돼 독자적인 정치공동체를 운영해 온 남한과 북한은 나날이 공유된 기억과 서로에 대한 동질의식을 잃고 있다. 이는 북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통일은 단순히 영토 통합이 아닌 정신적 조화와 합일의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정서적으로 통일에 관한 화두들은 현재는 뒤로 한참 미루어진 형국이다.


통일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 세계정세의 변화에는 가속이 붙고 있으며, 제3세계의 독재정권은 연이어 힘을 잃고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구상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의 통일 한국은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남북한의 현 정치제도들은 이상적인 헌법조항들 위에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과 다른 정치세력들 간의 거센 주도권 싸움이 덧입혀진 채 출범했다. 대통령은 사실상 삼권분립의 원칙 위에 군림했고, 정당정치의 토대는 각종 비리와 정치탄압으로 처음부터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군부정권은 민중의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하여 ‘반공’을 국시로 삼았다. 그들은 반공주의를 각종 반체제 세력의 억압수단으로 활용하였고, 우리는 민중의 다양한 목소리와 건강한 정치적 견제세력이 자랄 땅을 잃었다.


때문에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은 한국 민주주의 제도의 약점들을 보완하는 것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상황이 곧 남한체제 정비의 기회인 셈이다. 이 책은 지역구에 기반한 의원선출 형태의 비중을 줄이고, 정치적 책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당정치체제 자체는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선거제도는 복수의 의원에게 투표하여 당적에 상관없이 그 선호도에 따라 당선 여부를 결정하는 단기이양식 선거제도와, 유권자가 여러 명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으나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당선자의 수보다는 적은 수를 선택하도록 하는 선거제도인 제한연기투표 방식을 추천한다.


국가운영체제로는 남북한의 정체성을 무리하게 충돌시키지 않으면서도 통일한국에 유효한 형태로서 연방제를 실시하는 가운데, 각 연방의 민중들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공정한 합의를 끌어내도록 보장하기 위해 두 그룹의 의회의원(인구비례 하원, 지역비례 상원)과 내각제를 시행하자고 말한다.


“민주정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국가체제를 당연시하면서도, 이것이 북한 주민들의 민의까지를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과거 왜곡된 한국정치사를 극복할 대안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반공 이념이나 경제발전 우선정책 등에 의해 왜곡되거나 후순위로 떠밀렸던 민주주의의 본래 형태를 되살려 남북 주민들의 진정한 정치통합을 끌어내려 한다. 통일을 기회로 남한 민주정치까지 한 단계 성숙시키려는 저자의 의도가 책 전체에 일관성 있게 그려져 있다. 강원택 저, 1만4천원, 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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