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위퇴직자 70% 금융권 재취업

산업 / 김사선 / 2018-09-13 09:41:58
최근 10년, 금감원 고위공직자 111명 달해<br>고용진 의원,“금융권 재취업 근절 없이 금융사 관리감독 어려워”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사선 기자]금융감독원 고위공직자 70%가 금융권에 재취업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111명의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취업제한기관인 금융권 등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취업한 111명 중 82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인 금감원 간부가 퇴직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을 목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정한 유착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금융회사에 취업한 후 금감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고용진 의원실이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현황’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1명 중 70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취업했고, 금융유관기관 취업자(12명)까지 합하면 74%가 금융권에 재취업했다. 사실상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제도가 금감원 퇴직간부들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인 것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심사에서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대부분 소속 기관인 금감원의 의견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퇴직간부들이 취업심사를 받기 위해서, 소속 기관에 취업예정 30일 전까지 취업제한여부 확인요청을 하면, 해당 기관장은 직무관련성을 판단한 ‘취업제한여부 확인요청에 대한 검토의견서(이하 의견서)’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송부한다. 취업제한 심사 과정에서, 소속 기관장의 의견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소속 기관장이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의견서를 보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대부분 취업가능 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09~10년에 12명의 금감원 고위공무원들이 집중적으로 재취업 했다. 그런데 당시 금감원이 작성한 퇴직간부들에 대한 의견서를 보면, 대부분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2009년 8월 퇴직한 박모 부국장은 푸른상호저축은행 상근감사로 재취업했다. 퇴직 전 비은행검사국 상호저축은행팀장으로 저축은행 상시감시 및 검사 업무를 총괄했다.


그런데 금감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업무는 비은행검사국이 아니라 비은행감독국에서 수행한다는 이유로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적시했다. 이런 식으로 2009년에만 고려상호, 솔로몬상호, HK상호, 푸른상호, 모아 등 5개 저축은행에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재취업했다.


2010년 8월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에 감사로 재취업한 김모 부국장은 퇴직전 3년 동안 비은행검사국 등에서 상시감사 및 검사를 담당했지만 직접 감독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적시했다. 동 은행은 이듬해인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PF 부실로 어려움을 겪다 2013년 일본계 SBI에 인수되었다.


2010년 9월 프라임상호저축은행에 상근감사로 재취업한 최모 부국장 또한 은행검사국 등에서 상시감사·검사 업무를 담당했으나 저축은행 감독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동 은행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영업정지를 먹고 파산신청을 했다.


이런 방법으로 2010년에만 SC제일, 새누리상호, 신라상호, 현대스위스상호, 프라임상호, 부산2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에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재취업했다.


세월호 사태 이후에도 이런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6년에만 20명의 금감원 간부들이 취업심사를 통과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2016년 12월 신모 부국장은 대부업체 리드코프에 준법관리실장으로 재취업했다. 퇴직 전 서민금융지원국에서 대출사기, 유사수신행위, 미등록 대부행위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금감원이 대부업체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해당 부서가 대부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2017년 7월, 저축은행검사국에 근무한 적이 있는 나모 수석조사역은 오케이저축은행 상무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금년 7월에도 불법금융대응단에서 근무했던 하모 국장이 저축은행중앙회에 전무이사로 재취업했다. 올해 하모 국장을 비롯한 7명의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아주캐피탈, 전북은행 등 금융권과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용진 의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 금감원 고위간부들이 집중적으로 저축은행에 재취업했다” 면서, “당시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은폐하고 금감원 검사를 막기 위해 고위간부들을 집중적으로 모셔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 의원은 “가장 공정해야 할 금감원이 가장 불공정한 취업을 하고 있다” 면서 “금감원 간부들이 고액연봉의 일자리를 대가로 전관예우와 바람막이로 뒤를 봐주면 엄격한 관리감독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금감원 퇴직간부의 금융회사 재취업 관행을 해소하지 않으면 저축은행 사태와 은행권 채용비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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