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노조 설립, 열풍일까? 미풍일까?

산업 / 정동진 / 2018-09-12 17:19:16

[토요경제=정동진 기자] 지난 3일 게임업계 1호 노동조합 '넥슨 스타팅 포인트'가 탄생했다. 뒤이어 5일에는 스마일게이트도 'SG길드'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지난 4월 네이버의 '공동성명'을 포함해 IT업계는 3개의 노조가 설립,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를 두고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의 판도가 바뀐 이후 크런치 모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업계 일각에서는 공짜 노동을 조장하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게임업계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회사는 펄어비스와 웹젠, 두 곳뿐이다.


과거 게임업계는 소위 말하는 열정 하나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근무 환경이나 조건, 처우 등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회사의 규모는 커졌지만, 팀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모바일 게임 개발자는 "지금이야 크런치 모드나 워라밸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초과근무나 주말 출근은 일상이었고,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게임을 출시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조설립 분위기는 7월 1일에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이 크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시행 전부터 집중근무시간, 탄력출퇴근, 선택적 근로시간 등의 제도를 도입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에도 특히 모바일 게임 개발팀과 개발사는 크런치 모드(게임을 출시하기 전까지 진행하는 집중 근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국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매출 상위권 업체들은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체질을 개선했거나 병행한 업체들이다.


콘텐츠를 추가하는 업데이트와 패치를 준비할 때 모바일 게임은 PC 온라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하루가 멀다고 출시되는 신작의 홍수 속에서 테스트 서버 없이 바로 라이브 서버에 적용, '신속하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이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크런치 모드를 경험한 개발자는 "내년, 상반기, 2분기, 한 달 등 게임 출시 날짜가 다가올수록 개발팀이나 사업팀이 힘든건 마찬가지다. 회사 내부에서 정한 날짜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거나 출시했어도 당일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실상 5분 대기조다"라며 "퇴근했어도 긴급 서버 점검이나 긴급 패치 이슈가 발생하면 난감하다"고 말한다.


출시 전 크런치 모드로 혹사당한 것이 출시한 이후에 바뀔 줄 알았지만,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서비스 특성 탓에 각종 이슈 대응으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이 재편된 이후에 심해졌다.


한 개발사 대표는 "넥슨 스타팅포인트와 SG길드의 취지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고 본다. 예년에 비해 시장의 규모가 커져 성숙기에 접어들어 자연스럽게 문제 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우리도 이들의 설립을 지켜보면서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에 대한 게임업계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다만 이들의 활동 여부와 성과에 따라 제3호와 제4호 노동조합이 등장할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 관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는 자사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을 존중한다. 그동안 회사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회사는 앞으로도 합법적인 노조 활동은 물론 비 노조원들의 다양한 의견들도 함께 경청하고 존중해서 회사 발전 및 스마일게이트 구성원들의 성장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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