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에 취약한 대한민국

산업 / 이정선 / 2018-05-18 13:55:48
<사진=연합뉴스>


작년 11월,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사이에 5% 넘게 하락한 적 있었다. 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목표 주가를 주당 29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사업이 이미 정점을 찍어서 주가가 2016년 1월 이후 120%나 올랐다고 했다. 또 D램의 가격이 현재 최고 수준까지 오른 데다, D램 공급이 수요 증가를 압도해 2019년에서 2020년까지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조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주가지수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가 단 하루 사이에 36.52포인트, 1.44%나 떨어지고 있었다.

모건스탠리 자료 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사례는 더 있었다. 모건스탠리가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8만 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한 것이다. 그 바람에 19만2100원이던 셀트리온 주가가 하루 만에 8.8%나 떨어지기도 했었다.

우리 증권시장이 ‘외국 자본’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난 ‘사건’이었다. 달랑 ‘보고서 한 건’으로 증시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우리 증시가 ‘외국인투자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아우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지수인 ‘코스피’ 자체가 오르고, 팔아치우면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92년 증권시장 개방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몇 해 전, 증시 개방 20년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분석한 자료가 있었다. 이들은 그 20년 동안 우리 증시에서 52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해서 이를 410조 원으로 불렸다고 했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786%였다. 같은 기간 동안의 코스피 상승률 228%의 3.4배나 되고 있었다.

그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배당금으로만 53조 원을 챙기고 있었다. 그랬으니, 외국인투자자들은 순매수한 원금 52조 원을 모두 회수한 채, 우리 증시에서 번 돈만 가지고 느긋하게 투자를 하는 셈이었다.

반면, 속칭 ‘마바라’들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사들인 주식을 뒤늦게 따라서 매입했다가 이른바 ‘상투’나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증시 개방 이후에 주식으로 재미 좀 봤다는 투자자들은 ‘별로’다.

이랬던 외국 자본이 기업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월 KT&G의 주주총회의 사례가 있다. 지분율의 53.18%를 가지고 있는 외국계 주주 가운데 상당수가 사장 연금을 찬성한 것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사장 연임에 찬성한다는 자료를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전달했고, 외국인투자자들이 이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기업의 경영까지 참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자사주 전량 소각, 순이익의 40~50% 배당, 외국인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등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를 ‘봉’으로 삼아 한몫 단단히 챙길 작정이다.

엘리엇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6억 7000만 달러, 7200억 원의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우리 정부가 국민연금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자칫하다가는 외국 투기자본에 국민 세금을 보태줘야 할 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 좀 사들이는 것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대한민국 증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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