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보험사가 자살사고 입증 못하면 보험금 지급해야”

산업 / 문혜원 / 2019-03-26 14:46:58
[사진 = 한국소비자원]
[사진 = 한국소비자원]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최근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살을 일으켰다는 것을 보험사가 명백히 입증하지 못하면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이 났다. 이에 그간 보험사에서 고의사고(자살)는 입증하지 못한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했던 관행이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 재해보험금 지급 요청 사건’관련해 자살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한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험사, 재해보험금 지급 요청 사건’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1급 장해진단을 받은 뒤 치료 중 사망한 A씨의 상속인이 S생명보험을 상대로 재해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사건이다.


여기서 사망한 A씨는 1996년 재해로 1급 장해진단을 받을 경우 5,000만원을 지급받는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2015년 8월 자택 방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며 치료 중 사망했다.


A씨의 상속인은 보험사에 재해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고의사고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 동안 보험사는 A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고, 의무기록지에도 자해ㆍ자살로 표기돼 있다며 이 사고를 자살을 목적으로 번개탄을 피운 것으로 봤다.


그러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A씨가 사고 발생 20일 전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사고 전날에도 직장 동료와 평소와 같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점에 주목했다.


또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경찰 기록상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 연소물이 A씨가 발견된 방과 구분된 다용도실에서 발견된 점, 연소물의 종류도 번개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점에 비춰 보험사가 고의사고를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지난 2001년 대법원에서 비슷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자살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살 의사를 분명히 밝힌 유서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 등 명백한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정결정은 ‘보험사가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성립된 이번 조정 결정 내용은 당사자가 수락하는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다. 보험사가 수락하지 않을 경우 A씨의 상속인은 법원의 소액심판제도 등 소송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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