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국가경쟁력] SK, 노력과 기술로 글로벌 기업

산업 / 정동진 / 2018-05-10 17:13:47

[토요경제=정동진 기자] 과거 SK텔레콤의 TV CF에 등장했던 "011 이시죠?"라는 메시지는 묵직했다. 011 번호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 SK가 가진 브랜드의 저력이다.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6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여느 기업처럼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이라는 직물회사에서 출발했다. 현재 SK그룹의 양대 축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과 거리가 멀지만, 사실 이때부터 노력과 기술로 통하는 SK의 역사가 시작됐다.

SK에게 노력은 어려운 상황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며, 기술은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필요한 회사들을 계열로 만드는 수직계열화다.

1966년 아세테이트 원사 생산을 위해 선경직물이 인수한 기업이 해외섬유다. 1968년 아세테이트 원사 공장을 준공하고 이듬해 폴리에스터 공장까지 완공, 작은 직물회사가 '원사에서 봉제까지' 해결한 수직계열화의 기틀을 다진 셈이다.

이러한 기틀은 1973년 고 최종현 회장의 노력으로 첫 번째 수직계열화에 착수한다. 당시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으로 제1차 석유파동이 발생했는데 석유를 수입하던 국가에 불황이 닥쳤고,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최 회장은 결단을 내린다. 석유파동이라는 난제 앞에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것. 이는 1975년에 시작해서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 1988년 예멘 마리브 석유 발견, 1991년 6월 울산 콤플렉스에 9개 신규 공장 설립으로 16년 만에 열매를 맺는다.

"첫째 명제는 석유로부터 섬유에 이르는 산업의 완전계열화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섬유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석유화학공업에 진출이 불가피한 것이며, 더 나아가 석유정제사업까지도 성취시켜야 하겠습니다.

둘째 명제는 기업 확장과 더불어 경영 능력을 배양하는 것입니다. 섬유공업에서 석유정제사업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를 성취해 나가는 데에는 수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력과 고도의 전문지식, 기술이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제적 기업으로서 손색없는 경영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75년 신년사 중에서>

석유파동이 잦아든 1976년 수출 회복세와 함께 선경은 무서운 상승세를 거듭한다. 1975년 직물 부문 흑자가 전년보다 178% 늘어난 5400만 원, 원사 부문은 11억 8200만 원을 기록한다. 이듬해에는 주력기업 매출액이 1160억 6000만 원을 기록, 창업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한다.

또 선경은 70~80년대생에게 익숙한 기업으로 다가선다. 교복과 자전거, 카세트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 광고를 볼 수 있었던 추억의 프로그램 '장학퀴즈'다.

1973년 2월 18일 첫 방송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EBS에서 방영 중이다. 인재 양성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고 최종현 회장의 뜻은 현 최태원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선경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1996년 세계최초 CDMA 서비스 상용화 등 정보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1998년 SK로 사명을 바꾼다.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운 SK그룹은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인수로 정점을 찍는다.

선대 회장이 '석유에서 섬유까지'였다면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셈이다. 2016년 반도체 소재 업체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와 2017년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회사 LG 실트론 인수가 대표적이다.

다방면의 노력으로 주요 사업을 인수하면서 성공했지만, 모두는 아니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라이코스코리아, 싸이월드, 이글루스, 엠파스 등의 인터넷 사업체 인수 합병은 아쉬운 실패로 남았다.

최근 SK그룹은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2020년까지 ▲반도체·소재(49조 원) ▲에너지 신산업(13조 원) ▲차세대 정보통신(11조 원) ▲미래 모빌리티(5조 원) ▲헬스케어(2조 원) 등 5대 신사업에 8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역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 성공을 이어가겠다는 SK의 저력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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