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시너지 산출자료 조작...내부통제 미작동 ‘도마’

산업 / 김사선 / 2018-07-20 09:45:48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내부감사 결과 공시...매출증가율 10% 적용값 골라 2.1조 임의결정

[토요경제=김사선 기자]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과 관련 합병시너지 자료를 사실상 조작하고, 중간 보고서 등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과정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 1회 간략 구두 보고한 것 외에는 위법사항을 검토하거나 이사장, 감사에게 보고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보고서 조작을 주도한 채준규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을 해임했지만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대해 내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물산 지분 11% 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단'을 내려 논란을 빚었다.


당시 청와대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내부투자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찬성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특검수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최소 1천388억원의 손해를 예상하고도 찬성표를 던진 이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합병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문 전 장관과 투자위원들에게 합병찬성을 지시한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로인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안건 의결권 행사 과정에 대한 내부감사는 3월 20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62일간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10명이 투입돼 진행됐다. 합병 찬성 관련 형사재판 판결내용을 기초로 언론보도, 웹메일로그, 녹취내역, 보고서 등 관련문건을 검토 분석한 후 문답조사를 실시했다.


감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합병시너지 산출과 적정가치산출보고서 작성 등 업무처리 전반에서 내부규정 위반이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감사 결과, 채 실장은 삼성에 유리하게 합병시너지를 산출했다. 당시 삼성이 제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1대 0.35)은 국민연금의 3차 보고서 합병비율(1대 0.46)과 차이가 있었다.


채 실장은 그러나 삼성의 합병비율을 받아들일 경우 발생하는 손실금액(1천388억원)과 해당 손실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총 2조원으로 보고, 2조원의 합병시너지를 산출하기 위해 A 운용역에게 합병회사의 매출증가율을 5% 단위로 5∼30%까지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A씨는 4시간 만에 합병시너지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채 실장은 자신이 설정한 '합병시너지 2조원'에 근접한 2조1천억원을 임의로 선택했다.


채 실장은 이후 사업부문별 분석을 통한 합병시너지 자료를 다시금 만들게 했다. 감사팀은 "이 행위가 조작한 합병시너지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는 간접증거“라고 판단했다.


또 채 실장은 적정가치산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제시한 24∼30% 할인율을 무시하고 일관된 기준도 없이 할인율을 단 하루만에 41%로 산출했다.


적정 합병비율 산출전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에 유리하도록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관련 지분가치에 대해 운용역에게 "지분가치를 확 키워보라"고 지시한 일도 확인됐다. 채 실장 지시에 따라 4조8000억원이던 해당 비상장사 지분가치는 하루만에 11조6000억원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실무자들에게 투자위원회가 끝난 다음주와 검찰 압수수색 직전 두차례에 걸쳐 중간보고서 등 자료 삭제까지 지시했다.


보유토지 가치산정도 부적정했다. 영업가치에 이미 반영한 리조트 골프장 등 토지 132만㎡(40만평·약 904억원)을 비영업가치에 중복으로 반영했다. 또 용인소재 토지 92만평에 대한 개발이슈를 맹신해 합리적 근거없이 자체조사한 평당 평균 154만원보다 약 30% 높은 평당 200만원으로 임의 적용해 과대평가했다.


국민연금은 채 실장이 공단의 인사규정이 정하고 있는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및 기금운용 내부통제규정에서 요구하는 선관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며, 국민연금은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채 실장을 해임했다.


또 성실의무를 위반한 다른 직원 1명에 대해서는 불문경고 조치를 했다.


국민연금은 감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기금운용직 재계약 심사를 강화하고, 기금운용본부장 재공모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30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기금운용직 40명에 대해 재계약 심사를 했으며, 성과가 저조한 2명은 재계약 대상에서 배제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과 관련 내부검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김성주 이사장이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는 '대국민사과'가 언제 이뤄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4월 초 "김성주 이사장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혁신하고 국민신뢰를 회복하고자 국민연금이 삼성합병에 찬성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한 일을 반성, 사과하기로 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사장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국민사과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온 이후 적절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등 재발방지를 위해 공시한 대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며 "감사결과를 토대로 관련 부서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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