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각성하길

기자수첩 / 이경화 / 2017-03-02 11:41:34


▲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생명보험업계를 벌집 쑤신 듯 요동치게 만들었던 자살보험금 논란이 일단락돼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한 재해 특약에, 계약한 이후 2년이 지난 자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잘못 넣은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일반 생명보험 상품이 아닌 재해 특약에서 자살보험금을 보장한다고 한 것이 실수였다. 약관의 실수였다 한들 약관대로 재해 특약에 대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남았음에도 생명보험사들이 소멸시효(대법원 판결)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원성을 샀다. 17개 생보사 중 보험금 지급을 끝까지 거부한 삼성·한화·교보생명에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직원 중징계와 영업·신사업을 제한하는 기관 징계가 내려졌다.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어 보인다. 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은 당시 약관 문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승인을 해버리는 바람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이에 금감원은 재해사망 특약의 경우 사후 보고 상품이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런 특약이 한 해 수천 건에 달해 모두 들여다보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생보사들과 공동 책임을 느끼고 무엇보다 전제돼야 할 반성과 변화를 위한 고민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대단히 아쉽다.


자살보험금 문제의 발단은 약관이다. 약관상의 단순 실수로 치부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뒤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 지급 의무가 없다”고 추가 판결을 내렸다. 이를 근거로 버티던 삼성·한화·교보생명은 이후 위로금 형식과 자살예방재단 기탁 등 제각각 형식을 달리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했다.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징계 절차를 강행하자 면피용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금감원이 약관 승인을 했으니 책임지라는 의미도 있는 듯 하다.


보험약관은 만든 보험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금감원이 보고를 받아 잘 살피고 승인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졌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다. 잘못된 약관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앞서 보험사가 제대로 된 약관으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감독·검사하는 역할을 어떻게 잘 수행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이번 사태를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