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한 재해 특약에, 계약한 이후 2년이 지난 자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잘못 넣은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일반 생명보험 상품이 아닌 재해 특약에서 자살보험금을 보장한다고 한 것이 실수였다. 약관의 실수였다 한들 약관대로 재해 특약에 대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남았음에도 생명보험사들이 소멸시효(대법원 판결)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원성을 샀다. 17개 생보사 중 보험금 지급을 끝까지 거부한 삼성·한화·교보생명에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직원 중징계와 영업·신사업을 제한하는 기관 징계가 내려졌다.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어 보인다. 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은 당시 약관 문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승인을 해버리는 바람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이에 금감원은 재해사망 특약의 경우 사후 보고 상품이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런 특약이 한 해 수천 건에 달해 모두 들여다보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생보사들과 공동 책임을 느끼고 무엇보다 전제돼야 할 반성과 변화를 위한 고민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대단히 아쉽다.
자살보험금 문제의 발단은 약관이다. 약관상의 단순 실수로 치부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뒤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 지급 의무가 없다”고 추가 판결을 내렸다. 이를 근거로 버티던 삼성·한화·교보생명은 이후 위로금 형식과 자살예방재단 기탁 등 제각각 형식을 달리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했다.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징계 절차를 강행하자 면피용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금감원이 약관 승인을 했으니 책임지라는 의미도 있는 듯 하다.
보험약관은 만든 보험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금감원이 보고를 받아 잘 살피고 승인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졌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다. 잘못된 약관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앞서 보험사가 제대로 된 약관으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감독·검사하는 역할을 어떻게 잘 수행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이번 사태를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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