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甲질’ 과징금 45억, 다시 매겨라”

산업 / 이경화 / 2018-01-11 11:23:15
대법 “지위악용·정보내용·위법성 따져야” 파기환송…공정위, 롯데 과징금 손질할 듯
<사진=롯데백화점>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롯데백화점이 입점한 납품업체들에게 경쟁 백화점에서의 브랜드별 매출자료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매장이동 등 불이익을 준 부당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다시 산정하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부당이득 외에 정보의 내용과 양, 위반 횟수 등 위법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이날 롯데쇼핑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롯데쇼핑 측은 2012년 1월부터 5월까지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35개 납품업체에게 이들이 판매하는 60개 브랜드의 경쟁 백화점 매출 자료를 요구했다. 협조하지 않을 때에는 마진인상, 매장이동, 중요행사 배제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영정보를 요구함으로써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45억여 원의 과징금·시정명령을 내렸다. 과징금은 제공정보의 대상이 된 경쟁백화점 입점사의 납품대금·임대료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 제1항은 유통업자가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경영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롯데백화점 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회사 차원에서 경영정보를 요구했다며 행위의 부당성을 인정해 원고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이면서도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등 과징금 산정기준이 그 자체로 합리적이지 않아 공정위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핵심은 힘의 차이를 부당하게 이용해 정보를 요구한 행위 그 자체에 있다”며 “과징금 산정기준을 설정할 때는 거래상 지위를 얼마나 악용했는지와 요구방법, 취득한 정보의 양, 위반행위의 횟수와 기간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득 이득액이 많지 않더라도 제공을 요구한 정보의 내용, 위반행위의 횟수 등에 따라서는 그 위법성 수준이 낮지 않을 수도 있다”며 “관련 상품의 매입 규모 등을 과징금 산정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규모유통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통상적 거래 관계에서는 알기 어려운 경영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납품업자가 거래 관계에서 더욱 열세의 지위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려는 것이 법의 주된 취지”라며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등은 과징금 산정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고려될 사정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과징금 산정이 잘못됐다고 본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해당 처분 취소를 인용한 뒤 공정위가 과징금을 재산정해 다시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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