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古稀)' 맞은 삼성, 특검에 잔치상 없다

산업 / 토요경제 / 2008-03-24 09:30:11
창사 70년 이래 최대 시련…기념행사 전면 취소

투자계획.임원 인사 등 중단…위기 넘길 해답은?
1938년 첫 발…매출 152조 초일류기업 우뚝
경공업→중화학→전자→IT…국내 산업 기여


삼성이 지난 22일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평소 같으면 '고희(古稀)'에 자축연 분위기겠지만, 요즘 형편이 그렇지 못하다.


사람사로 쳐도 70세는 적지 않은 나이. 기업의 평균수명을 15년으로 볼 때 삼성의 창업 70주년은 큰 잔치를 벌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은 특검이라는 위기 속에 모든 기념행사를 취소한 채 그룹 전체적으로 조용할 뿐이다.


특히 이번 특검수사가 5개월 가까이 진행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의 조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당초 창립 70주년을 맞아 '강남 신사옥 시대' 등 그룹 차원의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경영 전 분야가 올 스톱된 상황이다.


위기를 기회삼아 70년을 이어온 삼성. 이번에도 특검라는 어려운 위기를 잘 넘겨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 산업과 함께 한 '삼성'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은 1938년 3월22일 대구 중구 인교동에 지하 1층, 지상 4층 목조건물을 세워 '삼성상회'라는 명패를 달았다. 삼성(三星)이라는 상호는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삼(三)과 밝고 높고 깨끗이 빛난다는 성(星)을 합쳐 이병철 회장이 생각해낸 것이다.


삼성은 일제강점기 농수산물 무역에서 출발해 해방 후 제당, 모직사업에 집중하고 이후 전자, 첨단IT산업을 확장해 국민들의 생활 변화에 영향을 줬다. 이 같이 경공업→중화학공업→전자업→첨단IT업으로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성장동력 산업과 궤적을 같이했음을 보여준다.


통계 등을 봤을 때 삼성이 국내 기업사 측면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삼성은 창업 30주년이던 1968년 연간 220억원 규모의 매출에서 50주년 1988년에는 20조1000억원으로 100배 성장했고, 2006년 말에는 162조원으로 성장했다. 수출 역시 1968년 28억원이던 것이 1988년 9조원으로 늘어 2006년에는 63조원으로 증가했다. 고용인력도 같은 기간 7000명에서 16만명, 25만명으로 늘었다.


국제적인 기관에서 보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말 169억 달러를 기록했다. 포춘 글로벌 500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삼성전자는 세계 전자?IT업계에서 IBM, 지멘스, 히타치 등에 이어 6위에 올랐으며 비즈니스 글로벌 브랜드에서는 MS, IBM, 인텔, 노키아, HP, 시스코에 이어 7위다.


삼성의 글로벌 경영은 국내 최초의 해외거점으로 삼성물산 도쿄지점을 연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반도체 분야 D램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이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나 2000년 시가총액과 2005년 브랜드 가치 면에서 일본의 대표기업인 소니를 추월한 것 역시 글로벌 경영의 개가로 평가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취임 이듬해인 1988년 시작된 '제2창업'과 1992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신 경영 등으로 내달린 지난 20년간 삼성은 글로벌 기업을 위한 변신을 가속화했다. 현재 삼성은 67개국에 470여 현지법인과 사무실을 두고 있다.


또 한 번의 위기, 재도약할까


하지만 삼성은 지금 창립 이래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삼성의 지난 70년을 살펴보면 그룹의 흥망이 걸릴 정도의 커다란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첫 번째가 지난 1967년 한국비료 밀수사건이 터져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당시 이병철 회장은 위기를 기회 삼아 1968년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했고 이어 1969년에 삼성전자를 설립해 전자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다.


두 번째 위기는 1997년 IMF. 창립 60주년이 외환위기의 한 가운데 있었다.


대우그룹이 도산할 정도로 엄청난 태풍이 한국 경제에 몰아쳤다. 당시 삼성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가능성 없는 사업을 정리해 30% 이상 인원을 감축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전략을 가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전자분야에만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그 결과 삼성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겼던 소니를 넘어 세계 초일류 전자메이커로 발돋움했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 안기부 'X파일' 사태도 있다.


이제 삼성은 특검이라는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폭과 깊이면에서 앞선 위기들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삼성 전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비자금 조성 의혹, 경영권 승계 논란에 따른 특검의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여파로 삼성은 주요 투자계획과 임원 인사 등을 전면 중단한 것은 물론 경영계획 수립 등에도 중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룹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반도체, TV 등은 경쟁기업들이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각종 해외악재로 '경제위기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삼성그룹이 특검 수사로 위축되고, 그 여파가 경제계 전체에 '삼성발 불황'으로 이어지는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지금까지 선진 기업이라는 등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삼성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위기를 넘어서는 삼성의 해답은 무엇인지, 또 이 해답으로 인해 새로운 거보를 내디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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