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잇딴 '지주사 전환'…경영투명성 확보 주력

산업 / 여용준 / 2018-01-04 16:52:55
효성·현대산업개발·태광 등 연내 지주사 전환…롯데, 순환출자 완전 해소<br>공정위,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기업들 응답…현대차그룹 대응 주목
지난해 10월 롯데지주주식회사 출범식 모습. <사진=롯데>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올해 들어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효성은 지난 3일 지주사 전환에 시동을 걸었으며 현대산업개발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조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지주사 전환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을 지주회사와 4개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효성은 투자를 담당할 존속법인인 지주회사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4개 사업회사로 분할된다.


지주회사인 효성은 자회사의 지분관리 및 투자를 담당한다. 또 효성티앤씨는 섬유·무역 부문, 효성중공업는 중공업과 건설, 효성첨단소재는 산업자재, 효성화학는 화학을 각각 맡게 된다. 국내외 계열사의 경우 신설회사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 주식은 해당 신설회사로 승계되고 나머지는 효성에 존속된다.


효성은 오는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분할에 대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가결되면 6월 1일자로 회사분할이 진행된다. 신설 분할회사들에 대한 신주상장 예정일은 7월 13일이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지주사 전환을 결정했다. 이번 지주사 전환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되며 5월에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적개발을 통해 지주회사(가칭 HDC)로 전환하고 분할법인은 사업회사(가칭 HDC현대산업개발)로 신설하는 체제 전환을 추진한다. 지주회사인 HDC는 자회사 관리와 부동산임대사업 등을 담당하고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 건축, 인프라 부문에서 사업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이호진 전 회장의 일가가 보유한 오너회사를 7개에서 1개로 줄이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은 티시스에서 인적분할되는 투자사업 부문과 또 다른 계열사 쇼핑엔티를 내년 4월 1일부로 흡수합병한다.


상품권 업체인 한국도서보급은 이 전 회장이 지분의 51%, 아들 현준 씨가 49%를 각각 보유한 회사로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보유하던 1000억원 상당의 티시스(사업부문)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으로 내년 상반기 중 법적 검토를 거쳐 증여방식 등을 결정한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롯데가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고 롯데지주주식회사를 출범했다.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있는 롯데지주는 자산 6조3576억, 자본금은 4조8861억 규모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자회사는 총 42개사(해외 자회사 포함 138개사)이다.


당초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목적으로 출범한 롯데지주는 지난 3일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 해소했다.


공정위로부터 지배구조 개선의 압박을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지주사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가능성으로 염두해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으로 지주사 전환이 언급되고 있지만 11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드는데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승계도 연결돼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

대기업들이 이처럼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서두르는 이유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겠다. 연말까지가 데드라인”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후 현대차그룹을 정조준하며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순환출자 방식은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지배할 수 있다. 또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다른 계열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 공정위가 주시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1개 지주사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면서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게 된다. 또 사업과 투자부문간의 위험부담이 줄어들어 기업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또 오너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지주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SK나 LG의 경우 재계로부터 기업의 지배구조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전 계열사 매출 합계는 지주사로 전환한 2006년 68조원에서 지난해 126조원까지 늘어났다. 자산 기준 재계 순위는 이 기간 4위에서 3위로 올라섰고 최근 시가총액 기준 현대자동차그룹과 2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까지 왔다.


LG그룹도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 후 현재까지 안정된 경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2016년부터 몰아친 ‘최순실 광풍’에 많은 대기업들이 휩쓸렸으나 LG만큼은 유난히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투명성을 확보한 것이 주요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지주회사는 193개로 2016년보다 31개 증가했다. 특히 자산 5000억원 이상의 지주회사도 3개나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지주사 체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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