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고 취소하는 ‘현대판 조령모개’

산업 / 이정선 / 2018-04-23 08:32:10

[토요경제=이정선 기자] 지난주 정부는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일부 아파트에서 발생한 택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았던 ‘실버택배 정책’을 백지화했다. “특정 아파트의 편의를 위해 국민 혈세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여론에 밀린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 택배회사가 실버택배 신청을 철회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었다.

‘백지화’는 더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2일 시행할 예정이었던 ‘개파라치 정책’을 시행을 하루 앞두고 ‘무기한 연기’하고 있었다.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는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겠다던 정책이었다. 1년 전에 결정되었던 정책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밀어붙이다가 시행 하루 전에 갑자기 번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또 있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 시행했던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폐기하고 있었다. 지난 1월 15일과 17, 18일 세 차례 적용된 대중교통 요금 면제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자 없던 일로 해버린 것이다.

애당초 ‘참신한 정책’도 아니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남의 나라에서 하는 정책을 받아들여서 밀어붙였다가 아까운 세금만 날리고 있었다.

겉도는 정책도 적지 않아지고 있다. 환경 정책이 특히 그렇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재활용 쓰레기 대란’과 관련,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무대책’을 연거푸 질타했을 정도다. 김 장관은 경기도의 어떤 아파트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잘 봐야 되는데 환경부가 잘못한 것 같다”고 시인하고 있었다. 그런 김 장관이 TV에 보도되고 있었다.

뜯어고치는 정책은 또 어떤가. 법제처는 연초 국무회의에 ‘2018년도 정부입법계획’을 보고하고 있었다. 29개 부처 소관, 347건의 법률안을 올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 가운데 법을 ‘제정’하는 것은 방위산업진흥법 등 17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327건은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법인세법 등 ‘전부개정안’ 16건, 감사원법 등 ‘일부개정안’ 313건 등이었다.

국회가 모처럼 ‘일’ 좀 했던 2월 임시국회 첫날에도 ‘개정안’이 속출하고 있었다. 국회는 하루 사이에 54건이나 되는 법안을 의결했는데, 그 중에는 ▲소방기본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금융위원회의설치등에관한법률 일부 개정안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 ▲하천법 개정안 등 고치는 게 줄을 잇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판 조령모개(朝令暮改)’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있었다. 법률 하나를 몇 번씩 개정하는 게 다반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별다른 법률적인 지식이나 경험도 별로 없이 법안을 만들어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회는 ‘편싸움’이나 일삼다가 일정에 쫓겨서 법안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무더기 처리’ 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개정안이다. 아예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완벽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무슨 일이 터지면 부랴부랴 ‘태스크포스’부터 만들고 있다. 급조된 ‘태스크포스’에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은 그 ‘태스크포스’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세금 아깝다는 생각이 거기에 정비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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