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색'의 일본인, 마우리 에브린 … 더 강해지는 日 여자농구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07-01 18:25:44
중학생 시절 이미 귀화, 日 농구 명문고 거치며 차세대 특급 기대주 성장

[토요경제=천안, 박진호 기자]지난 29일, KB스타즈와 일본 WJBL의 아이신이 연습경기를 가진 KB 천안연수원에서는 낯선 피부색의 선수를 볼 수 있었다. 등번호 1번을 달고 아이신의 센터로 나선 마우리 에브린이 그 주인공.


‘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그녀는 분명 흑인이었고, 우리 기준으로 ‘외국인 용병’이었다. 실제로도 에브린은 가나 출신의 아프리카 선수다. 그러나 그녀는 중학교 시절 일본으로 건너와 나고야의 농구 명문인 오카학원고(桜花学園高等学校)를 졸업하고 올해 아이신에 입단하게 됐다.
WJBL을 석권하고 있는 JX 선플라워스의 선수들을 배출해내며 이들의 전성시대를 사실상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카학원고의 출신 선수로는 일본 최초의 WNBA 진출 선수였던 오가유코(大神雄子)를 비롯해, 일본 여자농구의 중심으로 우뚝 선 도카시키 라무(渡嘉敷来夢) 등이 있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며 학업과 농구를 병행한 만큼 에브린은 이미 확실한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두루 거치고 다시 아이신의 지휘봉을 잡은 이옥자 감독은 에브린에 대해 “나보다도 더 일본어를 잘할 것”이라며 국적문제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언했다.
지난 시즌 WJBL 12개 팀 중 9위를 차지했던 아이신은 신인 스카우트에서 에브린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에브린은 아시아에 등장하는 일반적인 귀화선수들처럼 신장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타고난 탄력과 운동능력으로 확실히 남다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KB스타즈와의 경기 나선 에브린은 약 27분간 뛰며 9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B가 정상전력이 가동된 상황은 아니었지만 홍아란, 강아정, 김수연 등 포지션 별로 지난 시즌 주전 들이 투입됐음을 감안할 때, 18살의 신인이 보여준 활약으로서는 분명 주목할 만한 모습이었다.
이옥자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에브린에 대해 묻자 “부족한 점이 아직 많은 선수”라며 단점부터 지적했다. 에브린은 180cm가 남짓한 신장에도 운동능력과 탄력으로 이를 극복하며 고교시절까지는 센터를 봤다. 그러나 프로에서는 4번으로 뛰게 되며, 때에 따라서는 3번을 소화해야 한다. 이 감독은 여기에 가드로서의 역량도 볼 생각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플레이하던 습관이 남아있다 보니 새로운 역할과 맞지 않는 단점이 눈에 자주 보인다는 게 이 감독의 지적이다. 하지만 에브린의 능력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운동능력은 이미 이날 경기에서도 증명이 됐다. 이 감독은 에브린이 슛 폼도 좋고 안정감이 좋아 슛도 괜찮고, 드리블 능력도 있는 선수라고 인정한다. 슛 거리도 긴 편이다. 3점슛 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거리에서의 점프슛도 정확도가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의 평가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가 있는 슈팅은 자제하고 확률 높은 거리의 슈팅에 집중하고 있다.
기량 뿐 아니라 농구에 대한 이해도 높다. 이 감독은 여전히 지적은 많이 하고 있지만, “팀에 합류한지 2개월밖에 안 됐음을 감안한다면 에브린의 적응은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에브린은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의 일본 대표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팀에 갓 합류한 에브린에게 가르칠 것이 많은 이 감독은 내심 에브린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농구를 책임질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언젠가 우리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적으로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뷰에 나선 에브린 역시 일본 대표에 대한 꿈을 밝혔다. 일본 선수답게 일본어로 능숙하게 인터뷰에 나선 에브린은 한국 프로선수들과 처음 경기를 펼쳐보며, 체력과 몸싸움에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KB스타즈 선수들이 경기 중에 부딪혀오는 것이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내내 센터로 경기에 나섰고 가드 역할은 프로에 와서 처음 맡아봤다고 말한 에브린은 그러나 “스피드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포지션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2020년에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꾸준히 성장해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갑작스러운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남녀 대표팀 모두 외국인 선수 귀화를 추진했지만 모두 해프닝으로 그쳐야 했던 우리나라 농구계로서는 이러한 일본의 사례도 충분히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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