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과열화 불구…가상화폐 규제 '전무'

산업 / 유승열 / 2017-12-20 16:42:24
거래소 진인장볍 없어 난립…투자자 보호장치도 無
17일 오후 서울 중구 비트코인 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의 파산으로 그동안 잠재돼 있던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문제제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상화폐 투기 열풍으로 거래소가 난립하고 있지만 이를 조절할 관련 규제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자자들을 보호할 법적장치도 없어 사고가 터지면 투자자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않을 수밖에 없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20여 곳으로, 개장을 준비 중인곳까지 합하면 30여곳에 달한다.


2013년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이 문을 연 뒤 한동안 빗썸, 코빗, 코인원 등 3대 거래소 체제로 가다가 올해 들어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가상화폐 거래가 투자에서 투기로 변질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없어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이다.


거래수수료는 대개 0.15% 내외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의 하루 거래량이 5조원이므로 단순 계산으로 하루 75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발생한다.


중소 거래소는 규모가 작아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만 갖추고 투자자들만 끌어모으기만 하면 '앉아서 돈벌기'다.


그러나 이 과정에 어떤 규제도 없다. 하루에 수조원어치의 가상화폐가 거래되지만 거래소 운영자의 자격요건, 거래소 보안시설 규제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거래소 문제에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행위에 대한 규율 체계를 유산수신행위규제법을 개정해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뿐이다.


최근 국내 거래소 단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거래소 자격요건을 규정한 자율규제안을 마련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거래소 운영자는 자기자본을 20억원 이상 보유하고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시스템, 정보보호인력과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어 운영자가 지켜야할 의무는 없다.


이번에 파산절차에 들어간 유빗이 '야피존'이라는 사명을 쓸 당시인 올 4월 해킹으로 비트코인 55억원 어치를 도난당하고 나서 이름을 바꾸고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거래소 운영 자격요건과 관련한 어떤 규정도 없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투자자 보호장치도 마찬가지다. 거래소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을 뿐 규제는 없다.


빗썸이 국내 최대 거래소로 충분한 보안·전산 설비를 갖췄다고 하지만 해킹과 서버 다운이라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올 6월 해킹 공격으로 개인정보 3만6000여건이 유출된 사안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4350만원과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해킹 피해로 파산절차에 들어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사무실에 20일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업체 측의 설명이라도 듣겠다며 항의 방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에는 거래량 폭증으로 서버가 다운돼 투자자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내년에 가상화폐 거래소를 노린 북한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빗썸의 해킹도 북한 소행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해킹이나 서버 접속 장애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면 결국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해자 스스로가 피해 복구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려워 피해자 구제에 나설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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