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한국판 양적완화 대책 ‘미비’

산업 / 김재화 / 2016-04-27 13:51:56
"주택담보 대출 활성화 전제돼야"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이날 박 대통령은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신문=김재화 기자] 최근 새누리당의 총선 선거 공약으로 거론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은행권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증권과 산업은행의 발행 채권을 직접 인수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토요경제와의 통화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관련 부서에서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회의를 시작한 단계로 확실한 대응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양적완화에 대해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확실한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그 시기부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3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국책은행이 여신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반 금융회사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양적완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해외 선진국 경제 상황 달라


국내와 해외에서 거론되는 양적완화는 다르다.


해외에서 사용되는 양적완화는 기준금리가 0%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지 못할 때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서 자금을 푸는 금융 정책이다.


미국의 경우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총 3차례에 걸쳐서 3조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집행했다.


이 중 세 번째 양적완화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양적완화를 무기한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양적완화가 끝나는 2014년 10월 무렵에 실업률이 5.9%까지 하락했다.


일본의 경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국채를 사서 은행의 대출 여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양적완화를 시도했지만 경기 부양에는 실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독일의 반대와 유럽연합(EU)의 제약 때문에 양적완화가 늦어졌지만 최근 적극적으로 시도 중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해 3월에 1조1000억유로의 국채 매입을 시작했고 그 규모를 늘리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논의되는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살 수 있도록 규정한 한국은행법을 개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국채나 정부가 보증한 채권만 직접 인수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한국은행이 직접 산업은행과 주택금융공사 등의 발행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20대 국회에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양적완화를 도입하기 위해 한국은행법이 개정된다면 그에 맞는 기업 구조조정과 채권 발행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 시행 전 주택담보대출 활성화 돼야


전문가들은 한국판 양적완화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적완화는 중앙·국책은행 위주의 정책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처럼 독자적으로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가 아니라서 양적완화의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의 실효성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데 있어 산업은행이 주체가 되면 안 되고 주택담보대출의 활성화가 전제로 깔려있어야 한다”며 “미국이 양적완화를 시행해서 가계부채가 줄고 소비가 늘은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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