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사내이사 무더기 등재‥족벌경영 텃밭?

산업 / 토요경제 / 2012-03-19 11:39:20
농심, 사내이사 5명 중 3명 총수일가 독차지

[온라인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 2~3세들이 주총 시즌을 맞아 대거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진출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후세 경영 차원의 가지치기가 한창인 대기업들도 있어 이번 사내이사 등재를 바라보는 눈들이 곱지만은 않다.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로 등재되면 책임이 막중해져 기업의 경영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어 일부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보기도 한다. 그동안 지분만 갖고 밖에서 편하게 단맛만 챙기던 것에서 쓴맛까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가의 지배구조 강화와 후계 승계를 위한 의도적 사내이사 선임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근 들어 그룹 계열사 여러 곳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비판을 받고 있다.


◇어설픈 경영 간섭… 피해는 주주들 몫
이런 상황에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하려면 여러 곳의 사내이사로 활동할 게 아니라 전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게 기업입장에서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즉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 차원에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분야의 계열사까지 경영에 간섭해 문제가 생기면 피해는 온전히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한진그룹, 롯데그룹, SK그룹, 효성, 현대백화점, 농심 등 대기업들이 16~23일 이어지는 주총시즌에 대거 2~3세들을 계열사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제철이 지난 16일 주총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 사내이사에 등재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6곳(상장사 4곳, 비상장사 2곳)의 등기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서 입지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항공도 현대차와 같은 날 주총에서 한진그룹 3세들의 사내이사 선임 여부를 결정했다. 조양호 회장 자녀인 조현아,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가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됐다. 이들이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돼 대한항공 사내이사 6명 중 4명이 오너 일가로 채워졌다.


효성도 16일 주총에서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조현문 부사장 등 총수 부자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 4명중에 3명이 총수 일가로 채워지게 됐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은 효성 외에도 각각 7개와 13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날 정지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외에 현대그린푸드 회장과 현대쇼핑 이사를 겸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에서 분할된 현대H&S와 현대푸드시스템을 합병해 만든 회사다. 현대백화점 관련 매출이 전체의 20%가량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약 16.8%, 현대그린푸드 약 12%를 보유한 지배주주 일가다. 결국 정 회장이 두 회사의 지배주주로서 거래관계에 있는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충실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쇼핑은 오는 2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SKC와 SK케미칼도 이번 달 주총에서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할 방침이다.


농심 역시 16일 주총에서 신춘호 회장의 셋째 아들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을 사내이사 로 선출했다. 신춘호 회장을 비롯해 신동원 부회장, 신동익 부회장 등 회사의 사내이사는 5명으로 이 중 3명이 지배주주 일가로 채워지게 됐다.


신동원 부회장은 신춘호 회장의 장남이며, 신동익 부회장은 신춘호 회장의 삼남이다.


농심그룹의 지배주주일가는 지주회사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개인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농심기획은 신동원 부회장과 신춘호 회장의 차녀 신현주씨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광고대행회사이다.


엔디에스는 신동원 부회장이 15.24%, 신동익 부회장이 14.29%를 보유한 IT업체이다. 쓰리에스포유는 시설관리업을 주영업활동으로 하고 있으며, 신현주씨 및 자녀들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농심 등과 거래에 의존하고 있어 내부거래로 인한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한다.


대기업들이 총수 일가를 대거 사내이사로 선임할 방침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서는 책임경영 강화라는 분석과 족벌경영을 곤고히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후계자로서 다양한 업무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책임을 갖고 일을 배우라는 의도도 있다”며 “과도한 겸직이 업무 집중도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고 언급했다.


반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배주주 일가의 이사회 비중이 높아지면 회사의 이익보다 지배주주의 이해관계를 위한 결정을 내릴 위험성이 높아지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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