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교만 있는 마디모 프로그램…신뢰는 어디에?

기자수첩 / 이경화 / 2017-02-15 12:59:06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홈페이지 상 마디모 프로그램 활용 자료사진.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지난 2008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눈에 띄는 사고 상황 재연 프로그램 하나를 도입했다.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에서 개발된 마디모 프로그램이다.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과 파손상태, 블랙박스 영상, 탑승자의 신체조건 등을 토대로 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화해 탑승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감별해 내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타당하다. 교통사고를 빙자한 보험사기 범죄가 끊이질 않고 그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그만큼 보험료가 올라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부담과 피해가 오롯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보험사기를 걸러낼 수 있는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차원에서도 지난해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됐고 관계부처·수사기관, 보험업계가 근절 의지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발맞춰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는 것은 옳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당초 국과수가 가짜환자를 잡아내겠다며 자신 있게 내세웠던 마디모의 기존 취지와는 달리 무분별한 감정의뢰에 따른 성토장으로 변질된 것만 봐도 그렇다. 선량한 피해자조차 보험 사기꾼 취급당하는 부작용도 적잖아 마디모 프로그램 경험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사고 정도가 경미한 경우 주로 마디모 분석이 활용되다보니 상해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경향을 보인다. 후유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오판한 결과다.


이로 인해 교통사고 피해자보다 가해자와 보험사를 웃게 만드는 이상한 프로그램이라는 질책과 함께 마디모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실제 마디모 분석 결과는 사법·행정적 효력을 가지며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치료비 지급 거부나 반환 요청을 한다. 마디모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법적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형국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마디모를 적극 활용해 보험금 지급에 따른 손해율을 줄이면 당장 이득일 테지만 마디모를 맹신하면 선의의 피해 당사자와 사회 전반에 상흔을 남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가짜 환자 저격수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마디모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못하고 속빈 강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고민 없이 대책 마련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사기 근절 방안 찾기에 앞서 마디모를 통해 나타난 허점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한 때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