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객만 약속을 지키는 불공평한 진실

기자수첩 / 김재화 / 2015-05-08 10:40:28

[토요경제=김재화 기자] 지난 3일 신학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보험사 보험금 청구 및 지급 현황’을 통해 국내 총 39개 보험사가 최근 5년 간 기한을 넘겨 지급한 보험금이 무려 1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1조5000억 원이라는 숫자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결국 지급했다는 소리다. 요는 줄 생각이 있다면 기한 내에 주라는 것이다. 굳이 하루, 이틀 늦게 줘봤자 좋은 얘기 못 듣는다. 대부분 보험사는 하루, 이틀 늦는 것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고객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 그렇다고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지급은 한다. 그 기한이 규준에서 벗어날 뿐이다.


대부분 고객은 상담원을 통해 보험금 지급에 관한 사실을 고지 받고 ‘하루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에 관한 규준에 따르면 관련 조사가 없는 경우 청구일로부터 3일 이내,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10일 이내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고객이 수술이나 질병 등 병력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기한 내에 입증되지 않거나 수사·소송 등으로 사실 확인이 지연되는 경우 보험금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지급이 지연되는 사유를 서면이나 전자우편, 문자 메시지로 알릴 의무가 있다.


사실 이와 같은 내용은 보험에 가입할 때 약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입 시 보험사 직원이 약관에 대해 설명해주지만 그 많은 내용을 고객이 단번에 습득할 수 없다.


이 약관은 보험사가 고객에 보험금을 기한 내에 지급하겠다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다. 물론 고객도 매달 보험료를 꾸준히 내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1조5000억 원이 지급 지연됐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해도 보험사는 결국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항상 스트레스 받는 건 고객이다. 상담원을 통해 약속한 날짜에 보험금이 나오지 않았다고 항의하고 기다린다. 반면 보험사는 보험료가 미납되었다며 고객에게 독촉 메시지를 보낸다. 함께 약속을 이행하기로 했는데 왜 고객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약속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이다. 서로 미리 정해두었다면 특정 상황 발생 시 정해둔 내용대로 지켜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또한 그렇게 하고자 돈도 오갔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라는 말처럼 보입 가입에 권유할 때와 그 후 고객과의 소통은 항상 부족해 보인다. 오로지 소통은 자동이체 뿐이다.


보험금을 지급 지연시켜 어떠한 이익을 창출하는지 모르겠지만 도리를 지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올바른 기업의 윤리의식 아닐까. 보험료 빼낼 때처럼 보험금 지급도 칼 같이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