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모바일기기 출시 '과열'···소비자는 '혼란'

산업 / 토요경제 / 2010-03-09 09:09:34
▲ 20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멀티미디어 브랜드 빌립(WWW.myviliv.com)이 인텔과 함께 '트루 올데이 컴퓨팅'이라는 주제로 핸탑 pc인 S7을 포함한 MID 라인업 4종을 선보이고 있다.이날 선보인 S7 가격은 729,000원에서 849,000원 까지이며 밧데리는 최장 9시간 이상을 사용할수 있다
공급자 중심의 새로운 제품군(群) 창출···소비자들은 혼란 가중

김병호 LG전자 MC사업본부 상무는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신성장사업인 'MID(Mobile Internet Device)'를 개발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했다"고 말했다. MID란, 이동 중에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소형 모바일기기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미국의 인텔과 MID 제조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산 제품은 인텔의 차세대 MID 플랫폼인 무어스타운과 리눅스 기반 모블린2.0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제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꽤 구체적인 청사진도 냈다.

채 1년도 지나지도 않은 현재, LG전자는 "현재 'MID'를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계획했던 MID 제품은 '스마트폰'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이 관계자는 "이 제품은 4.8인치 화면을 탑재했다"고 했다. 화면의 크기로 볼때, 세칭 MID로 분류될 만하다.

LG전자의 이 같은 사례는 모바일 기기간 '제품군' 차별화 전쟁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LG전자는 MID나 스마트폰이나, 비슷한 모바일 기기임을 자인한 꼴이 됐다.

MID는 퀄컴이 만들어낸 스마트북과도 사실상 큰 차이는 없다. UMPC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북이 5~12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을 이른다는 점에서, 크게 보면 넷북이나 태블릿PC와도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공급자 중심의 인위적인 신시장 창출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술상의 작은 차이를, 마케팅을 통해 전혀 다른 제품군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IT 업계에서 특히 흔하다.

지난해 넷북과 스마트북, UMPC, MID, PMP, 스마트폰 등 비슷비슷한 성능의 모바일 기기들이 이름만 달리해 쏟아졌지만, 현재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만한 제품군은 넷북과 스마트폰 정도다.

이미 모바일 기기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대세를 거슬러 업체들은 새로운 제품군명(名)을 양산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끝난 꼴이 된 것이다.

김상률 유나이티드브랜드 대표는 "제품군 전쟁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 후, 업체들은 각자의 브랜드를 내세워 경쟁하게 된다"며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군들은 사실상 사장된다"고 분석한다.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넷북'과 'LED TV' 정도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업체들이 느끼는 제품군 전쟁에 대한 유인에 대해서는, 김 대표는 "제품군을 성공적으로 선점한 업체는 향후 선도자로서의 특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체풀의 대명사인 '딱풀'이 좋은 보기다. 딱풀의 제조사인 '아모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딱풀은 그냥 딱풀일 뿐이다. '가글했다'는 것을 '가그린'으로 얘기하는 것도 마찬가지. 동아제약의 가그린은 가글시장의 선도자였다.

이 같은 '유혹' 때문에 IT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다른 콘셉트의 모바일 기기 제품군을 만들어 내고, 차별점을 극대화시키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현재의 경우는 도가 지나치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미 기기간 경계가 흐려져, 소수의 제품군으로 수렴되는 현상이 짙어졌다"며 "이 같은 세분화된 이름짓기(네이밍) 싸움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상민 브랜드앤컴퍼니 대표는 "기술력이 유사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네이밍을 통해 차별화하려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기술보다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이어 "단기간에 경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이 같은 차별화 경쟁이 많다"고 덧붙였다. '톱다운' 방식의 신시장 창출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빈번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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