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족쇄 못 벗은 거래소 ‘좌절’

산업 / 염유창 / 2013-02-06 18:06:23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유지키로 결정

▲ 사진은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 전 여의도의 한국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한국거래소(KRX)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무산됐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께부터 회의를 열고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정부 측은 “향후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 및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져 법령상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될 경우,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공공기관 지정 해제 무산 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이명박 정부 초인 2009년이다. 지정 이유는 방만 경영과 독점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특정 인사를 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하려고 시도, 당시 이정환 이사장이 이를 거부하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정치적 논리’가 개입됐다는 후문도 있다.


이후 거래소는 강도 높은 감사와 경영평가를 받으며 군살빼기에 성공했지만, 보수적 경영으로 국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직전 거래소를 방문해 “한국거래소가 해외거래소와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거래소로 발전하기 위해 공공기관 해제가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재정부는 “지침이 아닌 언급일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거래소 관리감독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재정부 측에 공공기관 해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 역시 전혀 효과가 없었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업무상 공공성이 강할 뿐 아니라 독점 구조에 따른 막대한 이윤 발생이 발생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방만 경영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소의 주요 역할인 주식매매계약 체결과 불공정 거래·공시 등에 대한 감시는 ‘공적 기능’의 범주에 포함되는 만큼 이를 민영 기구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방만 경영도 도마 위에 오른다. 실제로 거래소 기관장의 ‘기본급’만 살펴봤을 때 2007년 3억6000만원에서 2008년 3억7200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였다. 공공기관 지정 이후인 2009년 2억9800만원, 2010년 1억6100만원, 2011년 1억7000원으로 줄었다.


한편 재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거래소는 ‘좌절’ 분위기다. 이와 함께 조직 내 공공기관 해제 실패를 두고 책임 공방이 가열되는 등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이 이명박 정부 임기 내 이뤄진 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풀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거래소 측은 내년 1월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는 공공기관에서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있다.


한편 재정부 측이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져 법령상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될 경우,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한 만큼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공공기관 해제 여부에 있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체거래소(ATS)를 설립할 수 있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거래소의 독점 구조를 경쟁 체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거래소가 독점 형태를 유지한다면 민영화는 아무 효과를 갖지 못한다”며 “복수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촉각
한국거래소(KRX)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무산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통과에 따른 대체거래소(ATS) 설립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대체거래소란 한국거래소나 코스닥 증권시장 같은 기존 거래소와는 별도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주식 등의 판매에 관련된 부분만 수행하고, 거래소가 담당하는 상장 및 시장 감시 역할은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 비용을 줄이고 거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됐을 때 투자가는 주식 거래 비용 및 속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주식 거래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와 대체거래소간 경쟁 관계가 형성된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심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달 1월31일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재정부 측은 “향후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 및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져 법령상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될 경우,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거래소 측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매년 1월말 열리지만, 공공기관 해제 요건에 맞으면 수시로 해제할 수도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아쉽지만 심기일전할 것”이라며 “독점에 대한 우려가 없어지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거래소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및 불법 장외거래에 대한 규제를 위해 거래소 법정주의를 폐지하고 거래소 허가제를 도입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전자적 방법으로 다수의 자를 거래상대방으로 해 상장주권 등의 매매체결 업무를 하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체거래소가 설립된다고 해도 거래소가 갖고 있는 ‘시장 감시 기능’을 분리하지 않는 한, 현재의 공적 역할 수행 및 독점 구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거래소의 규모나 기능이 작기 때문에 설령 설립된다고 해도 거래소의 독점 구조를 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가 갖고 있는 시장 감시를 포함한 공적 기능은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갖고 있던 기능”이라며 “거래소 측은 대체거래소 설립을 공공기관 해제에 필요한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대체거래소 설립 시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의 주식 거래 장부를 보면서 불공정 거래 여부를 감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대형 증권사들의 염원인 한국형 투자은행(IB) 육성 관련 내용 역시 담고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올해 금융투자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IB 관련 내용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해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비상장주식에 대한 내부주문 집행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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