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일반인들의 비트코인 투자 및 관련 파생상품 투자에 대해 은행들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암호화 화폐의 변동성이 너무 커 위험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시행되지만 은행들은 신규 계좌 발급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은행 자율적인 판단으로 신규계좌 개설을 허용토록 한 데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IBK기업·NH농협·신한·KB국민·KEB하나·광주 등 6개 은행이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그러나 기업·농협·신한은행 등은 신규 계좌 발급을 유보하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하지 않았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처럼 일반인들의 가상화폐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선진국 주요 글로벌 은행들도 가상화폐 관련 펀드 및 선물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소속 어드바이저들에게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의 비트코인 펀드 주문을 고객으로부터 받지 말 것을 지시했다. 작년 12월 8일 선보인 비트코인 선물에 대한 투자 제한조치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다른 미국 투자은행(IB)들도 가상화폐 및 그 파생상품에 대해 대체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펀드 및 선물에 대한 투자는 증권계좌로만 가능하며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어드버저리(advisory) 계좌에서는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선물에 대해서도 글로벌 IB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JP 모건체이스, 시티그룹, 왕립 캐나다은행 등도 메릴린치가 비트코인 선물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또 골드만삭스, 에이비엔 암로(ABN AMRO)그룹은 소수 전문가 그룹에 대해 제한적인 투자만을 허용하고 있고, 모건스탠리와 소시에테 제너럴은 내부평가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은행들이 투자제한을 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가상화폐가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아직까지 투자자에게 거래를 권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아 기존의 평가방법으로는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여기에 통상 선물 브로커들은 투자 자산의 위험도에 기반해 증거금 수준을 결정하지만,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높아 적정한 증거금 수준을 결정하기 힘들다.
실제 전년도 일일 종가 기준 비트코인의 시세는 최저 777.7달러였으며 최고가는 1만9497.4달러로 그 격차(범위)는 1만8719.6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420.3으로 S&P500 지수의 변동성(4.91)에 비해 100배 가까이 높았다.
그나마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암호화 화폐 중에서 가장 낮은 편으로, 이더리움 등 여타 암호화 화폐의 경우 비트코인 대비 변동성이 5~10배 높았다.
이번 조치에 대한 메릴린치 어드바이저들의 입장은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과 비트코인의 가격근거가 불분명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양분
다만 은행들의 이같은 입장은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메릴린치의 조치에 대한 어드바이저들의 입장은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과 비트코인의 가격근거가 불분명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양분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발언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James Dimon) 대표가 최근 발언을 철회하는 등 미국 투자은행들의 입장은 유동적이며 향후 고객의 요구가 확대될 경우 투자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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