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훼손·비방으로 얼룩진 기업간 경쟁

산업 / 여용준 / 2017-12-05 16:51:11
KT, 평창서 통신시설 훼손한 SKT 검찰 고소<br>2014년 삼성·LG電 '세탁기 파손' 분쟁…2년 법정싸움<br>이미지 훼손·비방 마케팅 줄이어…소비자 '눈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기업 간의 경쟁이 제품 훼손과 비방에 이어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났다. 지난 2014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분쟁에 이어 이번에는 SK텔레콤과 KT가 통신 관로 훼손으로 부딪히게 됐다.


5일 연합뉴스 보도와 KT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SK텔레콤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쓰기 위해 올림픽 주관통신사인 KT가 설치해 둔 통신시설을 무단으로 훼손했다 적발됐다.


KT는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지난달 24일 SK텔레콤을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로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곧 평창경찰서에서 피고소인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찰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협력사 직원 4명은 9월과 10월에 걸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KT가 설치한 통신관로 중 메인 프레스센터(MPC), 국제방송센터(IBC), 스키점프대, 슬라이딩 센터 인근의 관로 내관 3개를 절단하고 자사의 광케이블 총 6㎞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관로는 KT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주관방송사인 OBS와 총 333㎞의 통신망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설치한 것이다.


SK텔레콤은 “현장 작업자가 조직위 실무자와의 구두 협의를 통해 이동기지국 설치 작업을 하면서 KT 관로를 건물주 소유의 관로로 오인하고 작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KT와 상호간 협정을 체결하고 전기통신설비 현장 작업시 발생한 이슈에 대해 조치하게 돼 있다”며 “이러한 이슈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어서 협정에 따라 실무자가 사과 입장을 전달하고 사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4일 오후 원상복구를 마쳤다.


IBC센터에서 42m떨어진 곳에 있는 맨홀 내 모습으로 SK텔레콤(우측, 빨간색)이 올림픽방송통신망(좌측, 회색)을 파손하고 자사의 케이블을 설치한 현장 모습. <사진=KT>

대기업 간에 제품이나 서비스로 경쟁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제품 훼손과 이로 인한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는 일은 흔치 않다. 지난 2014년에는 독일에서 발생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분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조성진 HA사업본부장(現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에 머물던 중 시내 한 가전매장을 방문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삼성전자 측은 세탁기 파손이 조 본부장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LG전자는 해당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본 것은 맞으나 제품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을 훼손할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의 임원이 직접 갔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 사장을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사장의 재판은 2년여 동안 이어졌으며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조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법정 분쟁까진 가지 않아도 경쟁기업의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LG전자의 OLED TV를 자사의 QLED TV와 비교하며 ‘번-인(Burn in)현상’을 지적했다. ‘번-인 현상’은 화면을 오래 켜둘 경우 잔상이 남는 것을 말하며 OLED 패널에서 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후 자사의 블로그인 뉴스룸과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LG전자의 OLED TV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LG전자 관계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끼리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기아자동차는 최근 영업사원들에게 영업지침을 전달하면서 ‘철수 임박 한국지엠, 쉐보레 차량 구매하면 후회막급’이라는 문서를 보냈다.


이 문서에는 한국지엠의 철수설과 누적 적자 확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한국지엠 철수 확정적, 지금 쉐보레 차 산다면 스투피드(Stupid), 망한 브랜드 차량, 중고차 가치 폭락’ 등을 포인트로 소비자에 한국지엠 차량을 사지 말 것을 설득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기아차 영업본부 유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내부자료라고 하지만 실상 영업 일선에서 소비자에 보여주는 설명자료로 활용되다가 저희 영업망에서도 내용이 포착됐다”며 “어려움 속에 고전하는 경쟁사 상황을 과대 포장해 소비자 불안을 자극하는 행태는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고 전했다.


기아차 측은 “본사에서 내려 보낸 적이 없고 인천이나 부평 등 한국지엠 강세 지역에서 영업사원들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본사에서 몇 대 더 팔라고 그렇게 할 리가 없고, 우리는 한국지엠을 경쟁 상대로 보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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