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놓치면 끝장” 유통가 ‘할인 전쟁’

산업 / 염유창 / 2013-02-05 17:46:59
대형마트·백화점, 소비자 지갑 열기에 혈안

▲ 유통업계가 설 대목 전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할인 전쟁’에 나섰다. 지속된 경기침체와 매출감소 그리고 재고부담의 시련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설 대목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설을 약 2주 앞둔 시기부터 시작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의 할인 전쟁이 설이 다가올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상품이 웬만하면 반값. 카드사와 연계해 추가 할인 혜택에 무이자 할부까지, 설을 일주일 남기고 더 싸게 그리고 더 많이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설 매출 1년 중 가장 커”
이마트는 4일부터 14일까지 명절 선물과 제수용품 외에 신선, 가공, 생활 등 모든 상품군을 최대 55%까지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다.


2000여종의 품목에 대해 1500만개, 1000억 원 물량의 상품에 대해 최고 55%까지 저렴하게 판매한다. 품절제로 보장상품 역시 200여개를 일시에 선보인다. 제주 무는 1개에 990원, 한우 국거리는 100g에 2500원, 토종닭 1마리는 8500원 등에 판매한다.


허인철 이마트 사장은 “최근 극심한 불황과 설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를 위해 신선, 가공, 생활 등 전 상품군을 할인한다”며 “명절에 일반 상품을 구매하러 오는 고객이 78%에 달하는 만큼 가계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최대 규모, 최저 가격 수준에 쇼핑을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11일까지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설 선물세트를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 롯데, 신한 카드 등과도 연계해 60여개 선물세트를 최대 30% 할인해 판매하고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6개월 또는 10개월 무이자 혜택을 준다.


그외 3일까지는 100g 내외 옥돔 4마리를 1만원에, 잠실점과 서울역점 등 97개 매장에서는 훈제오리 1마리(700g)는 7900원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차례상 물가 내리기에 나섰다. 과일과 생선, 두부 등 22개 제수용품 가격을 지난해 설 대형마트 평균 수준보다 평균 26.2% 할인 판매한다.


이렇게 할인 판매하는 22개 제수용품을 이용하면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전국 대형마트 평균 차례상 비용(25만1114원)보다 6만5847원 저렴한 18만5267원에 차례상(4인 가족 기준)을 차릴 수 있다. 그 밖에도 한우 곰거리 세트를 3만원에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15년 만에 이례적으로 6개월 무이자 할부 결제 서비스를 시행했다. 전국 14개 점포에서 겨울정기세일 마지막 3일인 지난달 18~20일 100만원 이상 구매고객 중 현대백화점카드 결제고객을 대상으로 6개월 무이자 할부 결제 서비스를 실시했다.


침체기인 2월을 맞아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는 이월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노스페이스 사계절 상품전’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5일까지 ‘신학기 가방&슈즈 특집전’을 열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휠라 등 인기브랜드 상품을 30~60% 할인 판매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설 매출이 1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설을 맞아 마련한 물량을 다 털어내지 못하면 다시 팔수도 없기 때문에 설에 가까워질수록 할인을 더 해서라도 다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주부 9단들은 설에 임박해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설 대목 못 잡으면 끝장”
“설 대목마저 놓치면 끝장이다.” 유통가가 최근 들어 경험해 보지 못한 내수경기 침체로 허둥대고 있다.


자칫 이번 설 대목을 잘못 넘기면 잔뜩 쌓아놓았던 설 선물들이 고스란히 재고로 남는데다 이후 펼쳐질 ‘자린고비 가정살림’이 현실로 드러나면 제2, 제3의 내수침체 쓰나미를 온몸으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설 직전 2주까지의 매출은 1년 매출의 약 9%를 차지할 정도. 이 때문에 설 대목을 겨냥해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창고가 꽉 찰 정도로 물량을 확보해 놓는다. 하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부동산 가격의 수직하락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설 명절용 장바구니마저 가벼워졌다.


상당수의 대형유통업체들은 이 때문에 ‘반값 할인’을 내세우는 등 소비자들의 지갑 열기에 온 힘을 모으는 양상이다.


이마트는 지난 1월 역대 최초로 5.2% 마이너스 신장을 기록했다. ‘개점 이후 최악의 실적표’를 받아든 이마트의 선택은 대대적인 할인행사. 이달 4일부터 설 대목까지 최대한 ‘재고줄이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도 3일까지 진행된 ‘통큰 세일’과 다음달 11일까지 펼칠 ‘설 선물세트 할인 판매’ 등 연일 ‘할인’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과일과 생선, 두부 등 22개 제수용품 가격을 지난해 설 대형마트 평균 수준보다 평균 26.2% 할인 판매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 한 관계자는 “(경쟁적으로 폭탄세일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라며 “장기 불황에다 이번 설 대목까지 놓치면 정말 ‘끝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통 혹한기에 재고부담까지 짊어진 채 ‘어둡고 음습한 시기’를 지나야 한다면 기업의 사활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란 의미다.


지식경제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5.0%, 백화점은 0.2% 줄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과 2011년 매출을 비교해도 대형마트는 3.3%, 백화점은 0.3% 매출이 감소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2월 들어서도 경기 불황과 영업 규제 등으로 매출과 객단가, 내점고객 수 등 3대 핵심지표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 된다”며 “돌파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백화점들은 지난해 세일 기간을 85일에서 99일 정도로 늘렸지만 매출은 오히려 소폭 줄어들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2월은 소위 ‘뭘 팔아도 안 팔리는 시기’.


롯데 백화점 관계자는 “그나마 올해는 2월에 설이 있어 초반부 매출은 좋지만 뒤로 갈수록 매출 신장율이 둔화돼 걱정”이라며 “초반 매출이 좋다고 이것을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볼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2월엔 계절적 요인으로 뭘 팔아도 안 팔리는 시기”라며 “다양한 할인전, 특가전을 기획해 물건 구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설 명절 평균 31만원 지출
한편 직장인들은 이번 설에 평균 30만7000원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4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573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지출 예산’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10만~20만원 미만’(23.5%), ‘10만원 미만’(20.9%), ‘20만~30만원 미만’(17.4%), ‘30만~40만원 미만’(11.6%), ‘40만~50만원 미만’(10.9%), ‘50만~60만원 미만’(5.8%) 등의 순이었다. 특히 ‘기혼자’(43만5000원)가 ‘미혼자’(26만원)보다 17만5000원 정도 더 쓸 예정이었다.


올해 설 지출 예산을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늘어난 수준’(27%)이라는 응답이 ‘줄어든 수준’(9.1%)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설 지출에 대해 절반이 넘는 66.9%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으로는 ‘부모님 용돈, 선물’(58.5%)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교통비’(10.3%), ‘음식 준비 비용’(8.5%), ‘여가비, 문화생활비’(5.2%), ‘친척 선물’(4.6%)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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