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근절하자”…어떻게 할건데?

산업 / 전현진 / 2013-02-01 09:55:15
리베이트 근절 방안

▲ 리베이트 수법이 갈수록 음성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1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마련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

[토요경제=전현진 기자] 리베이트 수법이 갈수록 음성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이에 각 단체마다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각기 다르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달 29일 성명을 내 제약사와 의사의 리베이트 근절 대책으로 ‘성분명 처방’을 통한 환자 약 선택권 확보를 주장했다. 현행 상품명 처방이 계속되는 한 리베이트 쌍벌제로 처벌을 한다고 해도 리베이트 악순환을 끊어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약품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약제비 직불제’ 재도입을 주장했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달 1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한약사회 “성분명 처방 도입해야”
대한약사회가 지난 달 29일 약 처방과 관련해 성분명 처방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을 통해 국민 스스로가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불법 리베이트는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리베이트의 경우 제공자는 물론 수취자까지 처벌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근원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정부는 약가제도 변경과 의약품 허가제도의 규제, 리베이트 제공자에 대한 처벌에서 쌍벌제 시행까지 여러 정책이 도입됐다”고 소개하며 “정부는 합동 조사단까지 구성하고 있지만 제약회사는 여전히 처방액이 많은 의사를 선정해 현금, 법인카드 등을 제공한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는 “여러 제도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불법 행위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리베이트 제공이 제약사에게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며 “의약품의 공급자와 소비자, 그리고 소비자의 의약품 사용을 실제적으로 결정하는 처방권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보건의료체계의 특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특성을 간과한 채 단순히 공급자와 사용자만을 규제하고 처벌한다면 새로운 리베이트만 양산될 뿐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못할 것”이라며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국민들의 약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성분명 처방은 국민이 약효가 동등한 적정가격의 의약품을 선택해 경제적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어느 약국에서나 약을 조제 받을 수 있으므로 국민의 편의성도 증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을 존중하면서 음성적인 불법 리베이트 근절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분명 처방 제도가 조속히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리베이트 수법이 갈수록 음성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어 리베이트가 수사와 처벌만으로 근절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경실련 “‘약가직불제’ 재도입해야…”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료량과 가격을 통제할 수 없는 행위별 수가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포괄수가제의 확대 실시’와 공단과 제약사가 약가를 직접 계약하는 ‘약가직불제’ 재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달 14일 이 같은 내용의 논평을 발표하고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최근 정부합동 의약품리베이트전담수사반에서 자사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전국 병의원에 48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약사법 위반)로 한 제약사 임직원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2010년 쌍벌제 시행 이후 단일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이지만 제약사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리베이트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미미한 적발 수준에 불과하고, 더욱이 리베이트 수법이 갈수록 음성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어 검찰의 수사와 처벌만으로는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포괄수가제의 확대 실시’와 ‘약가직불제’ 재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2002년 폐지된 국민건강보험법의 ‘약제비 직불제’는 건강보험의 약제비를 중간 유통단계인 요양기관(병원, 약국)을 거치지 않고 보험공단에서 제약회사에 직접 지불하는 제도이다.


경실련은 “리베이트 수법도 교묘해져 직접 병ㆍ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시(구매대행업체)를 통해 제공하는 등 갈수록 음성화되고 있다”며 “수사와 처벌만으로 근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공익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하고, 쌍벌제 처벌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갈수록 지능화되는 불법 리베이트는 내부고발이 아니고서는 적발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제도보완으로 포상제도(가칭 공익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해 유인책을 마련하고 공정위와 검찰의 기획수사를 보다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리베이트 쌍벌제는 수수자에게는 자격정지 1년의 행정처분과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처벌수준이 리베이트 크기에 비해 매우 낮다”며 “‘의료인의 면허 취소’, ‘제약사의 허가 취소’ 등 그 처벌수위를 높이고 리베이트 적발시 건강보험의 의약품 가격을 리베이트만큼 소급해서 삭감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실련은 “정부가 약가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실시한 ‘시장형실거래가격제도’는 실거래가격은 파악하지 못하고 의약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요양기관의 독점력을 더 강화시켜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더 증가시킬 우려가 커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입법조사처 “쌍벌제 효과 없다…처벌 수위 높여야”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실제 리베이트 근절 효과는 미미하다는 보고서가 발간됐다.


쌍벌제 도입 이후 활발한 단속활동으로 적발건수는 폭증한 반면 리베이트 수수자인 의ㆍ약사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엄벌’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달 16일 발간한 ‘의료법 및 약사법상 리베이트 제재 강화 조항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쌍벌제가 시행된 지난 2010년 11월 이후 2012년 7월까지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의료인은 5634명이다.


이 중 실제 수수액이 300만원 이상이거나 사법처리가 확정돼 행정처분이 가능한 대상은 771명으로, 현재까지 58명이 처분을 확정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 중 쌍벌제의 적용을 받아 벌금형을 받고 부당 이득금을 추징당한 의사 8명, 약사 2명 등 10명(0.18%)에 불과하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위반 횟수에 따른 가중처분 조항을 두고 반복 위반 시 최대 면허취소까지 하는 가중처분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건수가 폭증한 것에 비해 실제 쌍벌제 적용사례는 미미해 제재 조치의 실효성이 낮다”며 “제재 수단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리베이트 수수에 연루된 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가를 대폭 인하하는 등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가 실질적인 경제적 불이익을 입도록 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며 “벌금액에 따라 리베이트를 받은 의ㆍ약사 등의 면허정지 기간을 달리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리베이트 수수액에 연동시킬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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