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위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기자수첩 / 정창규 / 2015-10-23 16:41:44
‘사건처리 3.0’ 사건처리절차 개선방안… 아쉬움 많아

[토요경제신문=정창규 기자] 올해 2월 공정위는 대법원에서 SK,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에 부과했던 2548억원의 과징금을 취소당했다. 처벌을 피하려 정유사 담합을 자진신고한 GS칼텍스 직원의 진술이 믿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6월에는 대법원에서 71억원의 과징금을 취소당했다. 이번엔 공정위 직원의 업무착오 때문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는데, 포스코ICT의 담합행위가 종료된 것은 2008년 11월 11일이었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통보서는 5년하고도 하루가 2013년 11월 12일에야 도착한 것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에게 올 들어 굴욕을 안긴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기업의 위법행위는 엄정하게 조사하되, 불필요한 기업부담은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며 ‘사건처리 3.0’이라는 사건처리절차 개선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발표한 내용어디에서도 엄정한 조사를 위한 개선방안은 찾을 수 없을 만큼 아쉬움이 많았다. 오히려 사건기록 관리와 같은 형식적인 부분을 제외한 실질적인 부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피조사업체의 조사거부권 보장, 위압적인 조사의 경우 소속 공무원에 대한 페널티 부과 등 조사과정에서 최대한 재벌·대기업의 편의를 봐주겠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조사관의 위압적인 조사의 경우 소속 공무원에 대한 페널티 부과 부분은 공정위가 그간 공정위에게 가해진 비판의 방향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결국 재벌·대기업을 조사하는 조사관은 조사받은 기업의 담당자에게 어떻게 조사과정을 이야기하는가에 따라서 심하게는 파면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조사관이 당당하게 조사를 할 수 있겠으며 누가 재벌·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제대로 조사해 처벌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해당 조사업체에 대해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조사관이 담당자와 처리결과에 이견이 생길 경우 본 제도가 담당 조사관에 대한 불이익 부과로 악용될 소지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지금 공정위에게 가해지는 비판은 강압적이거나 무분별한 기업조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하고, 엄격한 처벌이 없다는 것이다.


수 조원에 달하는 입찰담합 부정행위를 하고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제품 밀어내기와 같은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거나 물건 값을 제 때 지급하지 않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하고도 솜방망이 처벌밖에 받지 않는 재벌들을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는 공정위의 행정이 답답해서다.


불공정 행위로 인한 피해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대기업의 횡포에 힘없는 개인과 중소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게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하루빨리 거듭나길 바랄뿐이다. 인기드라마였던 ‘시크릿 가든’ 속 배우 현빈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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