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은 내 돈? 열쇠 없는 '비리금고'

산업 / 유상석 / 2013-01-25 16:51:00
새마을금고 계속 터지는 횡령

▲ 새마을금고 직원이 연루된 비리 사건이 계속 터지는 가운데, 중앙회의 허술한 감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새마을금고 비리 사건이 또 터졌다. 대구시 동구 한 새마을금고에서 20년 넘게 근무해 온 여직원이 불법대출을 통해 16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20대 여직원이 18억 원 상당의 고객 돈을 빼돌리고, 해당 사건 입막음을 위해 해당 지점 간부와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드러난 바 있다. 이 사건이 드러난 지 두 달 만에 또 횡령 사건이 밝혀진 것이다. ‘서민 금융기관’을 자처하던 새마을금고는 연이어 터진 비리 사건 탓에 ‘비리 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어렵게 됐다.


◇ 고객 명의 도용해 16억 횡령
고객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는 등의 수법으로 거액을 횡령한 새마을금고 여직원의 비리가 적발됐다. 대구시 동구 불로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20년 넘게 근무해 온 여직원 권 모 씨가 고객들이 맡긴 돈을 임의로 대출받은 것처럼 꾸미는 등으로 16억 원 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금고에서 입출금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인 권 씨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 같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서류 심사를 받기 전 말단 직원도 대출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권 씨는 잠적한 상태다. 현재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정확한 횡령금액과 피해자들의 정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금고 고위 관계자는 “현재 중앙회에서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로는 16억 가량 되는 것 같다. 정확한 피해규모와 피해자 신분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가 완료되고 나면 피해액만큼 피해자들에게 모두 보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앙회의 조사는 이번 주말쯤 완료될 것으로 보이며, 권 씨를 업무상 횡령 등 관련법에 의해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 횡령 입막음 위해 상사와 성관계도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새마을금고 여직원이 4년간 고객의 돈 18억 원 상당을 착복하고, 그 과정에서 직장 상사의 입을 막기 위해 성관계까지 맺었던 일까지 발생해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정작 4년간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고, 해당 사건을 개인비리로 축소하려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사기도 했다.

지난 해 11월14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예치금을 자신의 계좌로 몰래 이체하고 고객 명의로 불법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18억 여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서울 양천구의 한 새마을금고 대리 최모(28ㆍ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09년 3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서울 양천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출납을 담당하면서 타 은행에 예치한 금고 자금 12억7500만원을 108차례에 걸쳐 자신 명의 계좌로 이체해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또 고객 3명의 명의를 도용해 20차례에 걸쳐 5억 원을 대출받아 가로채고, 자신의 어머니가 이 금고에서 1억 여 원을 대출받으면서 설정한 근저당권을 임의로 해지하기도 했다.

최 씨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이 금고의 전무와 상무, 정산 담당 대리가 자리를 비우면 출납 담당인 자신이 별도의 결재 없이 인터넷 계좌이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한 최 씨는 금고 여유자금이 줄어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컴퓨터 그림판을 이용해 숫자를 바꾸는 수법으로 예금 잔액증명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최 씨와 함께 이 금고 전 이사장 남 모(74)씨와 전 전무 조 모(52)씨 등 임직원 3명과 최 씨의 후임 박 모(34)씨 등 4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최 씨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대출을 받으면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결재해준 혐의를 받았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무려 4년 가까이 진행된 횡령사건의 조력자로 지점 금융 업무를 총괄한 전무 조 씨가 뒤에 있었다는 것이다. 조 씨와 최 씨는 내연관계로 이들은 서울 시내 모텔 등에서 올 초부터 3월까지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최 씨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2012년 초 퇴사했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최 씨는 돌려막기 하던 카드빚과 사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자기가 관리하던 지점 여유자금에 손을 대는 것을 시작으로 이와 같은 횡령을 저질러 왔다. 최 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외제차를 구입하고 백화점 VIP 고객이 되는 등 사치를 일삼다가 덜미가 잡혔다.


◇ “횡령 몰랐다”… 부실감사 도마 위
이처럼 계속된 횡령과 비리로 새마을금고는 금융사로서 신뢰가 거듭 추락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피해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행정안전부의 ‘최근 5년간 새마을금고 관련 불법 사항(금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금융 사고는 총 18건으로 피해액만 448억여 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탓에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허술한 감사 및 금융사고 방지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새마을금고는 분기별로 자체 감사와 2~3년에 한 번씩 중앙회 감사를 받고 있지만 최근 금고 여직원의 횡령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부실감사 의혹을 받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일선 금고의 자체 감사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보다 철저한 감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횡령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자 새마을금고중앙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중앙회는 사건을 ‘개인비리’로 축소하기 위해, 최 씨에게 “간부들이 횡령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리지 마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앙회 실무자는 “횡령사건을 간부들이 몰랐다는 사실이 더 무책임한 발언 아닌가. 사실상 제 무덤을 파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의 관리ㆍ감독을 담당하는 주체가 명확치 않은 데서 파생된 문제”라며 감독기능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국 1432개의 금고망을 가진 새마을금고의 총 자산규모는 지난 200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직접 검사에 나서지 않는 등 사실상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새마을금고 관리ㆍ감독 업무는 행정안전부가 맡고 있고, 금융감독원이 공동 검사를 지원한다”며 “금고의 각 지점은 내부 통제자를 지정하면서, 주기적으로 사고 예방 교육을 하지만 시스템이 하나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관리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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