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찾는 사람 없어’

산업 / 허지인 / 2013-01-11 13:08:03
시중은행 중금리대출 ‘유명무실’

은행권 담보대출과 제2금융권 신용대출 사이에 비어있는 10%대 ‘금리단층’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중금리대출’을 내놓았으나 출시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의 실적이 1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중금리대출이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서민전용 공익대출 상품과 고객군이 겹치고 대출 한도도 적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을 압박해서 만든 상품이어서 은행들의 자발성이 떨어지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려면 은행권이 저신용층 신용 대출 심사 기준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금리대출 6개월동안 100억 ‘찬밥신세’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우리ㆍ하나ㆍKB국민ㆍ부산ㆍNH농협ㆍ경남ㆍ대구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이 내놓은 ‘중금리 소액대출상품’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실적은 총 1919건, 99억3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대구은행이 37억3200만원(43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이 34억9500만원(828건)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은행은 실적이 10억원 미만에 그쳤다. NH농협이 1억2200만원(38건)으로 가장 적고 우리은행(2억5300만ㆍ99건), 경남은행(3억1200만ㆍ72건), 국민은행(4억ㆍ133건), 하나은행(8억ㆍ197건), 부산은행(8억1000만원ㆍ115건) 순이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6월 연 6~9%인 은행 대출금리와 연 20%가 넘는 2금융권 대출금리의 ‘금리 단층’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에 금리 10%대 ‘중금리대출’ 상품을 만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고금리 대출자를 은행권의 중금리대출로 흡수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당국 압박에 실효성이 미미한 상품을 내놓고 생색만 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희망홀씨 금리는 연 11~14%로 연 15%대인 행복드림론2와 별 차이가 없다. 새희망홀씨는 신용등급 8등급, 행복드림론2는 9등급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구은행이 지난해 5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중금리대출을 선보인 데 이어 국민은행어 같은 해 7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금리 10%대의 ‘KB행복드림론’을 출시했다. 이후 우리은행 ‘우리희망드림소액대출’ 등 출시가 이어졌으나 한국씨티은행, SC은행 등은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검토하다가 철회했다.


◇ “돈 안되고, 리스크 큰 중금리, 매력없어”
은행권에서는 중금리상품이 새희망홀씨 등 서민전용 복지대출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새희망홀씨’와 대출 대상이 겹치는 데다 건당 대출 금액도 적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금융당국의 닥달에)중금리 상품을 출시하긴 했지만 판매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새희망홀씨 대출 한도는 2000만원이지만 중금리대출 상품의 대출한도는 우리은행이 300만원, 하나은행 500만원, NH농협은행 500만원으로 300만~500만원에 그친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새희망홀씨대출의 저소득층 비중이 가장 높다”며 “행복드림론2는 새희망홀씨와 대상자가 대부분 겹치는 등 보완적 성격이 강해 이용자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건전성 관리’와 ‘평판관리’도 문제다. 한 시중은행 실무자는 “국내 은행 가운데 신용대출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신용등급 6~8등급의 저신용 대출이 늘어나면 부실도 같이 커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실무자도 “은행이 고금리 대출을 한다고 하면 고객들이 일단 색안경(부실 위험)부터 끼고 본다”면서 “영업점에서는 중금리 대출을 승인하면 눈총을 받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한도가 소진됐을 때 추가 대출을 받으려면 제2금융권에서 제공하는 연 30~40%의 고금리 대출 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구조를 해소하려면 은행이 연 10%대의 중간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을 활성화하려면 개인금융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충분히 확보해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서민경제가 악화돼 서민금융 중 소액 생계형 자금 대출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출수요는 충분한 만큼 은행들이 서민금융상품 경쟁력을 키우고 대출 심사 능력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2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3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4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5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