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웃고, 테마주에 울었다

산업 / 도영택 / 2012-12-28 11:17:10
2012년 서울 증시 되짚어보기

올해 서울 증시는 외국인에 울고 웃었다.


1분기 가파른 외국인 매수세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코스피는 2분기에 급락했다가, 3분기에 반짝 상승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3분기말 다시 외국인이 유입되면서 지수가 회복되고 4분기에는 주춤한 롤러코스터가 펼쳐졌다.


올해 증시의 흐름은 4등분으로 나눌 수 있다. ‘1~3월 외국인 유입에 따른 상승 → 4~6월 유럽재정위기 본격화에 따른 급락 → 7~9월 미국 양적완화와 유럽위기 완화 반등 → 10~12월 미국 재정절벽 위기에 따른 혼조세’의 흐름이다.


또 올해는 삼성전자의 독주와 1년 내내 기승을 부린 테마주의 해였다. 한쪽에서는 대형주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며 질주하는 사이에, 다른 한쪽에서는 ‘억지테마주’가 판을 치며 증권시장을 교란, 서울증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외국인에 울고 웃은 코스피


올해 1분기 코스피는 훨훨 날았다. 외국인의 매수러시가 집중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1월 중순부터 외국인의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월 설 연휴 이전 한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3조64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설 연휴 직전이었던 1월20일 외국인의 매수세는 절정을 이뤘다. 이날 개인과 기관이 모두 ‘팔자’에 나섰지만 외국인이 1조416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면서 당일 주가를 34.92포인트(1.82%)나 끌어올렸다.


이렇게 1~2월 두 달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만 10조원에 달했으며, 이 덕분에 2월에는 외국인의 주식비중이 33%로 4년 만에 최고수준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연중 최고점을 돌파했다. 3월 코스피 지수는 2050선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경제위기가 본격화되자 코스피도 휘청거렸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재정위기가 유럽으로 번지면서 증시가 얼어붙는 것. 그리스의 위기가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증시가 주춤했던 시기였다.


서울 증시의 타격은 더욱 컸다. 특히 지수 상승의 주역이었던 유럽계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서울 증시는 곤두박질쳤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은 5월7일부터 25일까지 18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며 총 3조9736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6월25일에는 506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해 정점을 쳤다. 이는 지난해 9월23일(6677억원) 이후 최대의 순매도 규모다. 이 여파로 코스피는 4월 1900선을 넘겨준데 이어 5월에는 1800선을 밑돌았다.


서울증시가 호전 된 것은 이른바 ‘드라기 발언’과 미국의 3차양적완화 발표부터다. 7월26일,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믿어도 좋다”는 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시장은 급등했다.


1780선까지 붕괴했던 서울증시가 그의 이런 발언에 한마디로 반등을 시작했다. 7월27일 코스피가 2.62% 상승한데 이어 상승세가 9월 초까지 이어졌다. 7월26일부터 8월13일까지 단기간에 9.2%나 급등했을 정도였다.


이때도 반등의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드라기 발언’이 나온 직후 열흘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금액은 4조3272억원에 달하며 이같은 상승승추세는 9월까지 이어졌다.


특히 9월14일 서울증시는 ‘겹경사’를 맞은 날로 기록됐다. ESM 출범이 가능해진 독일 헌재의 결정, 美 양적완화,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의 경사가 겹친 것이다. 이때 서울증시 환호했다. 5개월 만에 2000을 돌파했으며 외국인과 투신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겹경사도 잠시였다. 드러기 발언과 미국의 3차 양적완화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만성화되는 양상을 보였고, 3차 양적완화는 ‘무용론’에 위협받았다. 추석전후로 유로존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외국인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올해 후반기는 미국의 재정절벽 이슈가 시장을 지배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리한 협상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이 시기 코스피는 꾸준히 상승하는 양상이었지만 연말 마지막장을 코앞에 두고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독주… 150만원 돌파


올해는 삼성전자의 독주라고 불릴만한 해로 기록된다. 업종에서도 정보기술(IT) 분야는 가장 선방하며 증시를 견인했고, 이 가운데는 삼성전자의 질주가 자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월13일 153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1월2일 삼성전자의 시작가가 105만8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한다. 연초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16%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독주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특정 대기업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증시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 지수가 1980대인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한 지수는 1780대에 불과하다. 또 삼성전자의 주가가 1%(2만5000원) 움직이면 코스피 지수는 0.18%의 영향을 받게된다는 점은 착시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테마주의 ‘막장 드라마’, 피멍든 코스닥


18대 대통령을 선출한 올해 증시에서 ‘대선 후보 테마주’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인맥으로 엮여 테마주로 꼽힌 종목은 80여개에 이른다.


박 당선인의 인맥테마주는 대유신소재, 비트컴퓨터, EG, 하츠 등이 꼽히며, 복지정책 수혜주로는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 등이 거론된다.


문 후보의 테마주는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대주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편입됐다. 또 문 후보의 변호사 시절 고객회사였다는 바른손과 회장이 문 후보와 경남고 동문이라는 조광페인트도 테마주로 기승을 부렸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안렙과 잘만테크, 미래산업, 써니전자 등이 대표적인 테마주였다.


테마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고 급락했다. 80여개 테마주의 정점 수준의 시가총액은 14조원에 달했다. 12월 말 현재 테마주들의 시가총액은 5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8~9조원에 달하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다. 특히 미래산업과 써니전자는 최고점보다 90%나 내려앉아 대표적인 테마주 몰락의 사례로 꼽힌다.


테마주가 기승을 부린 탓에 코스닥 시장은 골병이 들었다는 진단이 많다. 기업의 가치에 따른 정상적인 투자보단 억지 연관성을 끼워 맞춘 ‘묻지마 투자’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올해 1월2일 코스닥 지수는 518.94로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500지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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