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리고 ‘자살’

산업 / 전성운 / 2012-12-28 11:10:11
치솟는 실업률 추락하는 고용률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취업은 신성한 권리이며 시민의 의무다. 하지만 이는 그저 표면상의 표현일 뿐이다. 취업의 권리는 오래전에 박탈당했으며 우리에겐 납세자로 부역해야할 의무만이 남았다. 이는 특히 현 시대에 사회에 뛰어든 20대가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다. 왜 노동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인력시장에 끌려나와 개 값에 팔려나간다. 그나마 팔리면 다행, 팔리지 못한 청년들에겐 현실의 창끝에 떠밀려 널빤지 위에서 떨어질 일만 남는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취업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만 이달 들어 취업난 등으로 고민하던 20대 청년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랐다. 실제 20대의 실업률은 늘어나고 고용률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0대가 예전과 비교해 특히 높아진 현실의 벽과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창원서 이달만 20대 청년 3명 자살


성탄절인 25일 오후 7시17분께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아파트 1층에서 A(29)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경비원 B(65)씨가 발견, 119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해오던 A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취업문제로 고민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부모는 “최근 아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직장문제로 고민이 많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직장을 그만둔 A씨가 취업 문제로 고민하다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지난 20일 오전 2시10분께 경남 창원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B(28)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누나(30)가 발견, 119에 신고했다. 도내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B씨는 올해 초 휴학했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평소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취업난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B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오전 9시21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골동 안골대교 인근 공사현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져 있는 C(28)씨를 대형화물차 운전기사 D씨가 발견, 119에 신고했다. C씨는 지난 3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최근까지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나타났다.


C씨의 지인은 “C씨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취업 문제로 고민을 해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취업난 등으로 고민하던 C씨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상황은 악화될 뿐,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가장 활동이 왕성할 시기인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특히 20대는 자살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47.2%를 차지해 교통사고와 암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13세 이상 인구의 9.1%를 차지했다. 이중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연령대에 20대도 포함됐으며 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0대 취업자들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서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만9000명이나 줄었으며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6.7%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2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8% 감소한 61.2%(올해 11월 기준)로 나타났다. 인구증감효과를 제외한 20대 취업자는 9만9000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한 고용률 또한 20대와 40대에서만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20대의 고용률은 58.7%였으나 올해 11월 기준 57.1%로 1.6% 감소했다. 특히 25~29세의 20대 후반 고용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20대 중에서도 20대 초반인 20~24세의 고용률은 증가하는 데 반해 20대 후반인 25~29세 고용률은 하락, 6개월째 감소 추세”라며 “20대 초반은 고졸 채용 영향으로 고용 사정이 괜찮지만, 20대 후반은 지난해보다 채용문이 좁아진 것과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 등으로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에게 내일은 있는가?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취업해야 할 나이가 돼 구직활동에 나선 20대들이 취업난 탓에 겪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대학마다 관련 상담을 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고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용한 경남청년희망센터 정책국장은 “사회에 진출하는 20대가 가지는 압박감과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과도한 경쟁 분위기에서 생존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조 정책국장은 “현재 20대가 내일에 대한 답이 불투명하니깐 희망과 삶의 목표를 상실한 것 같다”며 “20대의 인생 가치관이 취업여부와 급여 등 단편적이고 협소한 부분에 국한돼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20대 시민은 “일본에서도 미취업 청년 자살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라며 “취업에 대한 실패 등으로 20대의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학에서도 청년들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F(22)씨는 “신분이 대학생인 만큼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취업 문제다. 20대라면 누구나 취업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 다행인 것은 당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 때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창원대학교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6~7명의 학생들이 각종 유형의 상담을 하기 위해 교내 평등인권센터를 찾고 있다. 이들의 80~90%는 취업난에 따른 불안 등 주로 취업관련 스트레스 때문에 상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등인권센터에서 상담업무를 맡은 김민순씨는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열등감, 취업 실패로 인한 좌절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과의 갈등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과 상담을 병행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극심한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대를 위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좌절이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이라는 경쟁 속에서 홀로 선 20대의 좌절, 상처, 패배의식을 보듬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현재로서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20대를 껴안을 수 있는 네트워크 마련 등 심리·정서면에서의 복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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