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보다 성장이 중요”

산업 / 전성운 / 2012-12-28 11:07:52
중앙은행장 세대교체로 정책기조 변화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장들이 세대 교체되면서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도 바뀌고 있다. 우선 주요 중앙은행들이 오랫동안 고수해온 물가 관리 우선 기조가 금융 및 경제 위기를 계기로 흔들리는 모습이 완연하다.


적극적 경기 부양을 통해 유럽 위기와 경기 둔화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부적 논란이 남아있어 실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추세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BOE) 수장에 선임된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장(BOC) 총재가 BOE의 인플레 목표치를 성장에 연계시키려는 뜻을 표명해 영국 내 논란을 일으키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40대 후반인 카니의 이런 견해는 전임자보다 경기 부양에 훨씬 적극적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및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행보와도 맥을 같이 한다.


반면에 카니에게 자리를 넘기고 내년 6월 말 퇴진하는 머빈 킹과 전직 연준 의장들인 앨런 그린스펀과 폴 볼커, 그리고 장-클로드 트리셰 전 ECB 총재 등 ‘올드비’들은 물가 관리에 매진했다.


연준에서 일하다 미국 자산운용사 노던 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옮긴 카를 탄넨바움은 “이들 신세대 은행장이 인플레 관리라는 단일 목표에 더는 목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고용 및 성장 확대를 위해 인플레 가중을 마냥 넘겨버리지 않고 명목상의 성장에 물가 관리를 노골적으로 연계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직은 중앙은행들의 중론이기는 하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위기 수습에 실패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이미 푼 상황에서 인플레 소폭 상승이 더는 중앙은행의 골칫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상황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출신으로 TD 증권에서 일하는 에릭 그린은 “버냉키가 (연준의) 인플레 압박을 완화했다”면서 연준의 근원 인플레 목표치가 1.75%에서 2.5%로 높아진 점을 지적했다. 또 BOC가 인플레 목표치를 1-3% 대역을 운용하면서 오랫동안 2% 수준을 유지해온 점도 상기시켰다.


카니는 BOC의 전임자들과는 달리 “탄력적인 (인플레) 목표치” 구상도 내세웠다. 금융 위기와 경기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상향 된 인플레 목표치를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기간보다 더 오래 허용하자는 것이다.


카니는 BOC가 이것을 논의하기는 했으나 실행 상의 위험 부담이 너무 커 포기했다고 이달 초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BOE 총재가 되면 이 구상을 다시 시도해볼 수 있음을 시사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에 대해 스펜서 데일 BO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 목표치를 바꾸는 문제와 관련해 “공짜 점심은 없다”며 인플레 가중을 강하게 경고했다. 반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카니가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ECB도 드라기가 전임 트리셰와는 달리 유로 위기 타개를 위한 적극적 부양을 추진하는 와중에 인플레 ‘매파’인 독일 출신의 악셀 베버와 위르겐 슈타르크 두 이사가 사퇴하는 소요를 겪었다.


일본은행도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가 물가 관리에 공 들여왔으나 고질적인 디플레 타개를 위한 ‘무제한 부양’을 고집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에게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일본은행은 20일의 금융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기금을 101조 엔으로 10조 엔 늘리기로 합의했다.


인플레 목표치도 지금의 1%에서 2%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내년 1월의 회의에서 상향 조정되리란 관측이 유력하다. 아베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4월에 임기가 끝나는 시라카와의 후임에 ‘자기 사람’을 심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은행에서 시라카와를 보좌하다가 JP 모건 증권의 도쿄 소재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옮긴 간노 마사아키는 “시라카와가 일본은행의 ‘정상적인 마지막 총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디플레 타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면서 “이들은 인플레 가중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은행이 마술 지팡이를 휘두르도록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행에 남은 유일한 방법은 돈을 더 찍어 채권을 더 사는 것”이라면서 “여론이 그것을 원하면 (시라카와) 후임자도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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