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KAI) 매각, 새 정부의 입장은?

산업 / 양혁진 / 2012-12-24 13:25:45
구체적 일정 미궁.. 충분한 논의 필요

재계의 관심을 모았던 한국 항공 우주(KAI) 매각은 결국 다음 정부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지난 17일 KAI 매각을 위한 본 입찰 결과 현대중공업의 단독 입찰 참여로 유찰됐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19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논의가 뜨거워지는 과정에서 일단 관망의 시간을 좀 가지려는 의미도 있지 않았냐고 바라본다. 정치권에선 KAI 민영화에 대해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선 당선자의 의중이 KAI의 민영화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여서 새로운 정부에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대선 당선자는 지난 16일 TV토론 당시 신중해야 함을 전제하면서도 “KAI를 중심으로 경남 사천, 진주 일대에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당선인도 KAI 민영화와 관련해 “카이 현 직원들의 고용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공기업이 되다보니 투자에 한계가 있다. 대한항공이든, 현대중공업이든 우량 사기업이 들어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KAI 매각은 다음 정부 손으로..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대한항공은 17일 본 입찰에 불참했다. “KAI의 시장가격이 적정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대한항공은 그러면서도 KAI 인수를 통한 항공우주 사업 강화 계획을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KAI 주가가 좀 더 하락한 뒤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현행 국가계약법대로라면 KAI의 최대 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2차례 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17일 본 입찰에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한 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강한데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특혜 시비를 불러 올 수 있어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KAI의 최대주주 정책금융공사는 20일 이날로 예정됐던 주주협의회를 취소하고,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주주협의회를 이르면 내년초로 잡는다는 일정으로 사실상 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에 부칠 경우 통상 매각 공고, 예비입찰, 실사, 본 입찰까지 2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 비춰 KIA 매각은 결국 다음 정권에서 이뤄지게 됐다.


◇ 대한항공, KAI 현재로선 너무 고평가
대한항공은 지난 8월 1차 입찰 당시 유일하게 예비입찰서를 접수했다. 국가계약법상 국유재산의 경우 유효경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공개 매각에 나선 KAI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경영전략본부장이 2년 만에 직접 진두지휘를 할 만큼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조 전무는 올해 기업설명회 자리에서도 “KAI는 항공업을 해 본 업체가 인수하는 것이 맞다” 며 “대한항공은 항공사이지만 항공기 제작업도 하고 있으며, 경험만 따져서는 (현대중공업보다) 대한항공이 우위”라며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달 19일 부산시와 부산테크센터 양해각서(MOU) 체결식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KAI 인수 자금은 이미 준비돼 있다. 다만 KAI 실사 결과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부분이 있다” 며 “예전부터 밝힌 적정가에 인수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고 언급했었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17일 최종 입찰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KAI에 대한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익성이 과거처럼 높지 않은 상황에서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국 가격이 문제였다. 동종업계여서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사를 해보니 프리미엄을 산정하더라도 너무 높았다” 며 “다음에 입찰의 기회가 있더라도 지금과 유사하다면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중에서는 사실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고 적임 기업이다” 며 “미래에 대한 투자와 가치, 해외시장의 마케팅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고평가 돼 있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 노동조합, 주민 반대도 여전한 숙제
KAI 매각 대상 지분은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지분 26.4% 가운데 11.41%와 삼성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두산그룹(5%), 오딘홀딩스(5%), 산업은행(0.34%)의 지분을 합친 41.75%다. KAI 인수는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주민의 반대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한항공이 부산시와 부산 제2테크센터 건립을 밝히면서 KAI가 위치한 사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으며, 사천에도 유사한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노동조합도 “졸속 매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입찰 불발 후 즉각 성명서를 내고 “KAI 민영화 추진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며 “만일 앞으로 KAI 인수전에 또다시 뛰어든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응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조만간 출범하는 만큼 수의계약을 강행하기 보다는 충분한 검토를 다시 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겠느냐” 면서 “다각도의 논의를 거친 다음 재매각이 추진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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