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뇌물 준 사람 위해 소송 포기?

산업 / 전성운 / 2012-12-24 12:53:37
직원 비리에 피해입은 농민 구제 '외면'

한국농어촌공사가 경지정리 및 환지 과정에서 직원의 비리로 발생한 농민들의 피해 회복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구제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 외면 사유였다.


10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2007년 11월부터 2년간 충북 충주시 야동면 일대 56.8㏊에 대한 경지정리사업을 진행했다. 이곳의 땅문서를 가진 농민은 184명이었다. 농민들은 경지 정리가 끝나면 그 이전에 자신들이 갖고 있던 땅만큼 토지를 돌려받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공사 직원인 조모(54·교도소 수감 중)씨는 환지가 이뤄지기 전인 2009년 1월 주민 이모(58)씨에게 뒷거래를 제안했다. 돈을 주면 토지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해 10월까지 3천650만원의 뇌물을 조씨에게 건넸다.


그 뒤 조씨는 이씨가 감정가 5천여만원 땅(2천777㎡)을 소유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 이만큼의 땅이 이씨에게 더 돌아가게 했다. 이에 따라 이씨를 제외한 마을 주민 183명은 평균 30만원씩의 피해를 보게 됐다.


다행히 검찰 수사로 조씨의 범행이 탄로나면서 공사 측은 이씨에게 5천590여만원의 환지청산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씨는 농어촌공사가 아무런 절차도 밟지 않고 청산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농어촌정비법상 환지계획을 변경하려면 계획 작성, 시·도지사 인가, 농민 동의 절차 등을 다시 거쳐야 한다. 청주지법 행정부(최병준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이 시작됐지만 농어촌공사는 절차상의 어려움을 들어 환지계획 변경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법적 절차를 밟으라고 조언했으나 공사 측은 마찬가지 이유로 재차 난색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의 종전 토지 면적이 불법적으로 조작돼 증가한 것임이 밝혀졌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피고가 환지계획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지청산금 부과는 위법하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농어촌공사가 항소를 포기해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농민들은 전 공사 직원의 비리로 빼앗긴 자기 땅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공사의 한 관계자는 “뇌물을 주고 땅을 더 받은 이씨가 그 마을에서 사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며 환지계획 변경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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